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보그VOGUE, 패션 블로거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6. 10. 4. 17:40



패션 보그, 전쟁을 선포하다


패션잡지 보그가 패션 블로거들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쟁을 선포하는 방식이 너무 '뻔뻔스러워서' 블로거들의 공분을 사고, 두 진영간의 말싸움이 확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보그는 세계 최고의 패션 잡지지만, 온라인 세계의 영향력은 기울고 있다. 패션 블로거처럼 돈 받고 협찬받아 '스타일링'을 대행하는 이들에게 보그가 거품을 무는 것도 이해는 간다. 보그는 대놓고 돈을 받고 옷을 입는 블로거들을 향해 '스트립 클럽에 가서 연인을 찾는 꼴' 이라며 빈정거렸다. 한 마디로 블로거들의 현란한 장삿속에 기인한 '스타일 대행'이 진정한 스타일을 죽이고 있다고 항변한 것이다. 솔직히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물어봐야겠다. 보그가 선별한 스타일은 과연 진정한 '스타일'인 건가? 에디터의 기존의 권력에 균열이 가면서 권력 누수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꽤 높다. 질투섞인 시선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인걸까? 예전 같으면 각종 패션쇼의 앞자리를 차지했을 패션정보유통의 권력자들이, 패션모델과 셀러브리티, 블로거들에게 점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런 온라인 내의 패션정보유통을 둘러싼 권력지형의 변화에 대해 일반 매체들도 관심이 많나보다. 타임즈 지와 영국의 가디언과 같은 일반 신문들도 이번 전쟁에 관심을 갖고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보그 매거진도 생각해보라. 그들은 전통적으로 보그의 지면이 얼마나 비싼지 자랑해왔다. 명품 브랜드의 지면 광고의 댓가로 화보를 제작하는 건 예술행위란 건지.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를 동반하고 만들어낸 보그 화보의 품질에 대해서는 나 또한 인정한다. 누적된 예술적인 편집과 선별의 노력에 대해서도 항상 감사한다. 패션이 화보라는 시각적 언어를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되도록 '수많은 도전과 실패'를 해왔고 그 결과로 보그의 화보는 신뢰자본을 구축한지 오래다. 하지만 화보 제작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은 항상 존재해왔다. 각종 브랜드로부터 빌려온 옷들에 대해 해명해야, 빌려온 옷을 돈을 받고 입는 블로거들을 비난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포토와 최종 선별권을 가진 편집권력간의 알력들은 화보의 형식에 대해 '도전적'이기 보다, 새로운 시각의 형식언어를 만들기보다 '안전함' 만을 추구한 것도 사실 아닌가?


사람들은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이는 블로거들을 통해 '개인적 스타일'에 대한 갈증을 풀어간다. 솔직히 너무 많은 블로거들이 존재하는 것도 이해한다.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가 많다고, 그녀가 추천하는 품목을 마냥 따라 사지 않는다. 이건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이다. 그가 소화해낸 팁을 참조하긴 하지만, 그녀의 편집능력에 예속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각자의 '옷장'이 있고, 그 옷장에 내 삶을 투영해줄 품목을 채우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옷장을 통해 우리 자신을 사유할 수 있을 만큼의 깊이를 가진 소비자층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방향의 정보전달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 이번 보그와 패션 블로거들 사이의 전쟁을 보면서, 보그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더 이상 패션의 철학과 이미지를 얻기 위해 보그를 참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패션권력의 정점에서, 보그 출신이면 대접도 받았을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결국 패션을 편집하는 권력이 다양하게 분화되면서 예전같지 않은 자신의 힘에 '옹알이'를 하는 건 아닌지 물어야 한다.




보그 또한 패션 블로거를 키워서 자신의 매체에 소개하지 않았나? 자신이 키운 집단이, 영향력이 커진다고 불평 하는 건 매너가 아니다. 블로거들을 키울 때, 파생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키아라 페라니를 밀고, 그녀를 표지에까지 써놓고선, 이제 와서 등에 칼을 꽂는건 좀 비겁하다.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인다는 패션 블로거들도 짚어볼 점은 많다. 리뷰 써줄테니 공짜로 음식을 먹는 인간들을 블로거지라고 했듯, 지금 패션계에도 옷 제공받고 글쓰는 블로거지들이 많은 건 사실. 나는 스타일을 소개하는 작업이 더 많은 사유와 투명성을 갖게 되길 바란다. 자칭 패션회사들이나, 명품 브랜드에서 하는 블로거 행사를 갈 때마다 여자블로거들을 만나게 된다. 한번도 단연코, 옷의 철학을 가졌다는 느낌을 주는 블로거들을 본 적이 없다. 그저 브랜드가 주는 공짜상품과 선물, 스파 사용권, 상품권에만 눈독을 들이는 이들의 모습 외엔. 


취향을 둘러싼 '문화적 해석의 패권'의 문제는 항상 말이 많다, 이번 보그의 블로거와의 전쟁이란 주제가 꽤 묵직한 울림을 보여주는 것은, 이 문제가 '바로 지금' 우리시대의 변화하는 저널리즘의 지형을 말해주기 때문이리라. 언론도 자신이 '자연스레' 받아왔고 내 것이라고 착각했던 권력을 1인 미디어들에게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기성언론이 의미 없다는 걸까? 절대로 아닐 것이다. 1인 미디어도 미디어로서 의미를 갖기 위해 지켜야 할 윤리적 기준들은 동일하다. 우리시대의 튀어나오는 저널리즘의 파열음은, 미래의 방향을 잃어서가 아니라, 저널리즘의 본령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보그는 각 나라별로, 그 나라의 미학을 소개하는 화보를 만드는데 애를 써왔다. 난 그런 이들의 노력을 응원해왔던 사람이다. '본령'이란 단어의 울림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