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식사의 품격-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패션 큐레이터 2016. 8. 4. 14:56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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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흠 의원님. 이번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오셔서 인터뷰하신 내용을 읽었습니다. 김영란법의 조항이 터무니없으니 '완화'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인터뷰였습니다. 식사 3만원과 선물 5만원을 5만원과 1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더군요. '식사비 3만원이 고급 음식 문화 발전의 저해요소이자 동력을 잃게한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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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음식문화 발전은 특정 계층의 수요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국가이미지 전체가 상승하고, 이것이 무형의 문화적 형식에 배분될 때, 문화상품의 발전은 탄력을 받죠. 음식문화도 그렇습니다. 국가 투명도와 사회신뢰지수가 국제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이때, 공직자가 5만원짜리 밥을 먹는다고 해서, 고급 음식문화가 발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만약 의원님 말씀처럼 특정수요가 농축산업을 먹여살렸다면 여기엔 심각한 시장질서의 왜곡이 녹아있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한정식 문화의 뿌리는 알고 계신가요? 기방문화, 봉건관료들의 유흥문화가 '새로운 격'을 요구하는 사회를 맞아 만들어진 문화인 자칭 고급 요정의 음식문화를 왜 그렇게도 그리워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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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몇 번은 '격식을 갖춰 식사하고 싶을 때가 원천봉쇄된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왜 격식있는 식사를 손님자격으로 드셔야 하는지요? 본인이 돈을 내고 합당하게 '오늘은 내가 내 자신에게 베푼다' 라는 마음으로 드셔야 더욱 격식의 의미가 커지지 않을까요? 김영란법 시행으로 축산업이 위축되고 제품혁신의 동력이 떨어질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본산 와규는 혁신의 한 예입니다. 하지만 혁신을 떠받치는 수요는 사회전반, 그 중에서 프리미엄급 식재료를 맛보고 싶은 이들입니다. 이들도 연중 무휴 이 제품을 소비하는게 아니라, 특별한 날을 위해 소비하죠. 의원님처럼 일상이 매일 특별한 날인 분을 위한 게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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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 지속되면서, 새로운 품종개발과 함께 기존가격은 떨어집니다. 프리미엄이란 건 혁신이 지속되는 기간에만 얻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고급음식문화와 식재료의 혁신은, 음식문화를 향유하는 사회 전반의 프로세스가 투명해지고, '로비'성격의 수요가 아닌, 사회 전반의 미식가 계층의 수가 확장될 때 이뤄집니다. 어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을 안하시는지요? 사회전반이 의식주의 근본에 대해 관심이 커졌습니다. 사회관계망 속에 다양한 음식에 대한 비평과 소개가 이뤄지는 것은 이런 거시적 흐름의 증거입니다. '고기를 구워먹는 행위'가 역사 속 특권층의 상징이었던 것을 아시는지요? 요리에 대한 특정 소비의 방식 또한 차별화를 만들어냅니다. 그것을 가지고 가진 자들과 권력자들은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겠지요. 이런 미식의 방식이 대중에게 퍼지면 사회 전체의 '감성도'가 올라간다는 생각은 안해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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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이 고급 미식을 '자신이 성취한 삶에 대해 주는 선물'로 체험할 수 있는 실질임금을 가진 이들이 늘어야 합니다. '격식'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格(격)이란 한자는 사전을 찾아보면 의원님이 말씀하신 의미보다, 格君心之非 라 하여 권력층의 잘못을 바로잡고 이를 위해 연구한다는 뜻이 더 먼저 나옴을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격식이란 선물을 받는 자의 '격'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을 바로잡고, 행동을 바르게 여밈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어찌 '격'이 있는 옷차림과 미식이 나올까요? 자신에게 되물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