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패션홍보 담당자들 유감-장기적 브랜딩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6. 5. 23. 13:20




마케팅 근시안에 빠진 홍보담당자들


패션에 관한 글을 쓰다보면, 특히나 각종 패션 브랜드의 역사나 지금껏 그 브랜드가 실천해온 광고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의 미학에 대해 글로 다루어야 할 일들이 생깁니다. 이런 부분으로 글을 요구하다보면 항상 듣는 말이 정해져있습니다. '럭셔리' 'W' '엘르' 같은 기존의 패션 매체가 아닌 예술전반을 다루는 매거진일 경우에 홍보자료나 사진을 보내는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부분은 각 패션기업들에 가서도 따져 물어야겠습니다. 홍보담당자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패션매체들, 가뜩이나 힘도 없고 매체 파급력이 점차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기존매체에만 자료를 보내는데 급급합니다. 


세계의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주목을 받은 것은, 모든 패션 브랜드들이 패션 관련 매체에만 홍보하고 있을 때, 아트 포럼이란 저명한 예술저널에 광고를 싣고 컬렉션과 그의 미학에 대한 글을 올리면서 부터입니다. 최근 패션과 예술의 결합, 혹은 패션은 우리시대의 예술이다라고 말은 하면서, 정작 예술저널에서 다루려고 하면, 이번 시즌 컬렉션이 아니어서 곤란하다 라든가, 당장 판매에 도움이 안될듯 사료되면 바로 거절하고 맙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심도깊게, 브랜드의 지나간 족적을, 흔적과 미학을 다룰 기회가 없어진다는 거에요. 그래놓고선 입으로는 툭하면 현대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은 강조합니다. 


우리시대의 패션이 명멸하는 소비주의의 사물을 넘어, 시대를 대변하고 정서를 표현하는 영구적 속성을 가진 오브제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술매체들이 패션을 진중하게 다뤄줘야 합니다. 이런 기회가 생길 때는 포착해서 반드시 자신의 브랜드를 부각시킬 수 있도록, 홍보 및 광고 담당자들이 자신이 담당한 브랜드에 대해 깊게 알아야 하고요. 실제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 회사에 다녔다고 해서 그 브랜드에 대해 깊이 아나요? 설령 안다손 그 인식이, 브랜드에 대한 해명력이 심미적인 독자들, 컬렉터층들, 미술과 패션을 동일한 깊이로 좋아하고 그만큼의 가처분 소득을 가진 층들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알고 있는가? 말고 물어본다면 저는 '글쎄요'라고 답하겠습니다. 작금의 이 땅에서 이뤄지는 패션홍보는 그 수준이 너무 일천합니다. 


패션과 각 예술 영역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 영역의 소비자들에게 패션의 힘을 전달해온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자칭 그 힘을 원하면서도 기존의 마케팅과 홍보의 형식에만 빠져있는 근시안적 매니저들 때문에, 글쓰기가 힘드네요. 당장의 판매가 더 중요하다보니 그런건 일견 이해는 합니다만, 브랜딩은 바로 지금의 매출에만 혈안이 되어 올인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시간이 걸려도, 지금의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나가며 설득되는 층위를 넓혀야지요. 무엇보다 홍보매니저들은 제발 매체의 속성이나, 제안을 하는 매체의 실제 파워, 그 매체의 실제수요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판단은 좀 하면 좋겠습니다. 


지난 시즌의 광고 메세지와 콜라보레이션을 다룬다고, 바로 지금 브랜딩 행위와 전혀 상관없고 도움이 안된다고 믿는 그 협소한 사고의 틀을 깨세요. 솔직히 당신들이 의존하는 기존의 패션 매체들, 누가 읽습니까? 그걸 읽는 사람들이 실구매로 연결된다는 실증 통계가 있나요? 하나같이 협소한 패션산업지들, 패션잡지들, 좁고 기존의 이미 시도된 오디언스층만 소구하는 매체들 외에는 아는게 없으니, 매체를 통한 고객개발을 못하는 거잖아요. 당신들의 그 근시안은 언제 깨어질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