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가와이의 미학-참 차갑고도 아련한 세상

패션 큐레이터 2015. 11. 4. 22:18



일본의 사진작가 오사무 요코나미의 작업을 보고 있다. 1967년 교토 태생인 그는 소녀들이나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많이 내세운다. 3살에서 5살 사이의 아이들 1000명에게 똑같은 유니폼과 포즈,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유니폼 Uniform 이란 특정 단체의 정체성이나 이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다. 옷을 하나의 형태로 고정시켜 그 집단의 성격을 강화한다. 사진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일본의 집단주의적 성격을 드러내고자 했다.



유니폼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이제 막 사회의 기초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포즈로, 같은 사물을 바라보게 한다. 문제는 '같은' 시선으로 보게끔 강제한다는 것.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은폐된' 진실을 배워보지도, 삶에서 과일을 움켜쥘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포즈가 있다는 걸 배우지 못한다. 유니폼은 말 그대로 시각에서의 시차를 제거해버린 세계를 보여준다. 단 한개의 관점만이 존재한다. 때로 유니폼은 소속 집단 내부를 응집시켜 강인한 힘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이는 안타깝게도 외부를 향해 폐쇄적인 성향의 체계를 만들어낸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고시가 이뤄졌다. 69퍼센트의 반대의견은 수렴 선상에 조차라도 서보지 못했다. 일방적인 선포와 함께 사진 속 아이들처럼, 한 가지 시선과 포즈로 구성된 역사를 배우게 되었다. 



친일로 인해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산다' 라고 말하고 싶은 이들에겐 일본의 저 '가와이'한 집단주의가 묘하게 끌렸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와이란 표현을 귀여움에 대한 일본어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니폼 속의 아이들은 귀여움을 넘어 섬찟하지 않은가? 국정 교과서란 정신의 유니폼을 입혔다고 '한 순간'을 즐거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등학생들 잘 알지 않는가? 졸업식과 함께 그 교복이 어떻게 되는지를.



나는 오사무 요코나미의 작업에서, 일본이 자랑하는 '가와이' 미학의 허구를 본다. 여전히 성인의 경계에 들어서지 못한 채 순수의 시대를 견지하는 아이들을 통해 '자신들이 지나온 과거의 시간'을 관념화한다. 즉 자기 자신과 국가, 민족의 순수하고 참된 기원과 같은 것을 정리한다. 사진 속 아이들은 권력자들에겐 노스탤지어이자, 자신들의 은폐된 과거를 미화하는 상징이다.  



맨날 입으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분열을 통해 자신의 미진한 힘을 확인하려는 현 정치권. 그들의 모습에서 한쪽으로만 기울어져있는 아이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이지 입맛이 쓰다. 다양성을 찬미하는 사회에서, 한 가지 포즈로만 사진을 찍으려면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