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저, 서아는 북서울시립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전시는 올 3월 부터 시작했고요. 저희는 7월 초에 다녀왔는데 이제서야 올리네요. 사진작가 이주용 선생님의 전시와 더불어 <빨주노초파남보>란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지난주에야 전시가 끝났네요. 예전 결혼 하기 전에는 아이들을 위한 전시들을 발굴하고, 블로그 상으로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었는데 정작 결혼하고 나서는 그렇게 못했던 거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을 위한 특화된 전시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솔직히 국공립 미술관에서 조차도 속칭 '장사가 되는' 해외전시들, 그 중에서 사골국물처럼 우려먹는 인상주의 전 외에 거론하고 싶은 전시가 없다는 점도 한몫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색에 대한 의미를 알려줄 수 있는 전시라 이번에는 꼭 가서 리뷰를 써야지 마음을 먹었답니다. 특히 시립북서울미술관에는 어린이 갤러리가 있습니다.
현대미술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인데요. 사실 현대미술관도 그렇고 과천도 그렇고 어린이 갤러리나 미술관은 있어요. 지속적으로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나들이도 하고, 아이들에게 특화된 경험을 부여할만한 컨텐츠가 없었던 것 뿐입니다. 색, 컬러란 것이 얼마나 직관적인 산물입니까? 당장 집 안에서도 모든 사물은 색을 갖고 있고 집 밖을 나가도 색 투성이의 세계이죠. 위의 사진은 사진작가 이주용 선생님의 전시의 일부입니다. 사진의 발명에서 부터 빅토리아 시대의 사진관 문화, 그 시대의 사진들을 수집하셨더라구요. 수집 자체가 그냥 예술사의 한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사진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습니다. 사진 속 소파에 앉아서 정말 사진관에 온 것처럼 촬영도 하구요.
박미나 작가님의 이번 빨주노초파남보 전시는 우리 주변에서 색을 찾아내고, 이를 경험하고, 명명해보는 작은 훈련에서 부터 색에 대한 이해를 시작합니다. 색을 이해한다는 것은 '본다는 행위'의 주요 영역입니다.
어떤 것을 인식하고 파악하는데 색이란 요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감각을 만들어내는지 이해하는게 필요하니까요. 아이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도록에 가깝게 설명서도 만들어서 주시고, 이런 작은 도움들이 쌓여서 재미있는 전시관람을 했네요. 어린이 박물관과 갤러리는 실제로는 전시기획도 중요하지만, 교육 프로그램들이 더 중요성을 띱니다. 아이들 세대를 볼 때마다 미래의 미술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디지털화된 정보로 접근이 가능한 시대에, 박물관은 자신이 소장한 유물을 가지고 어떻게 오디언스를 모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게 맞습니다.
박물관은 역사 속 한 유물을 직접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다곤 하지만, 이제 전자기술은 증강현실이란 또 다른 기술로 유물에 대한 기존의 방식과 다른 경험의 차원을 제공하게 될텐데요. 미술관도 이런 기술을 더욱 활용해서 미술관 내의 경험을 더욱 알차게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항상 미술관 내의 체험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색도, 선도, 사물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그렇게 되어야지요.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미술관 내의 교육 프로그램들이 선도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조금씩 다루는게 보입니다. 좋은 징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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