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딸을 위한 미술 이야기

베를린에서 보내는 편지-벽을 허물기 위하여

패션 큐레이터 2009. 11. 30. 22:35

 

 

베를린에 가 있는 금딸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11월 초순, 베를린공과대학 125주년 기념 행사사진과 글을 보냈는데, 이제야 올리네요.

아라에게 미안합니다. 뉴욕과 다른 분위기라 고생이 많은지, 전화도 자주하고 편지도 많이 쓰네요.

고생하는 거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베를린에 한번쯤 가서 밥이라도 사줘야 하는데,

도무지 독일 출장여유가 생기질 않고 있네요.

 

 

저는 독일의 여러도시를 다녀봤지만, 개인적으로 베를린에 대한

인상이 좋은 편입니다. 우선 소비가전분야를 하다보니, IFA라는 세계적인

박람회에 자주 갔었고, 패션을 비롯한 경공업의 도시답게, 패션디자인과 예술의 만남

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도시죠. 제가 숙제를 여러가지 내줬는데 잘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현대미술 전시회들 자주 다니면서

작가들도 만나고 이야기하고 정보도 얻고

그렇게 지내고 있나보네요.

 

베를린공과대학의 건축학과에서

회화를 가르치는 현대미술작가인 마티아스 쾨펠교수를

만났나 봅니다. 하긴 이분 아내가 한국분이라 연계를 하기가 쉬웠나봐요.

아라가 저를 따라다니면서 작가들 상대하고 대화하는 걸 자주 보더니, 외국 가서도

잘 해내고 있네요. 역시 잘 키운 금딸은 100명의 아들보다 뛰어납니다.

 

 

기념행사가 열리는 베를린 공과대학에서의 모습이네요.

이날 쾨펠교수의 강의도 듣고 공연도 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듯 합니다.

 

 

마티아스 쾨펠교수의 작품들을 찍어 보냈네요.

마티아스 쾨펠의 그림은 일종의 풍자화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그는 동독과 서독의 가운데, 일종의 정신적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던

브란덴부르크문을 배경으로 20세기를 작별하는 듯한, (일부로 구식같은)느낌이 드는

촌티나는 구상작품을 주로 그렸습니다. 현대를 통해 근대사를 살펴보려는

의도겠지요.

 

 

아래의 작품이 바로 브란덴부르크 문을 소재로 한

패러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도 이 작품은 왔던걸로 기억하는데요.

몬드리안의 테마를 가지고 변주했던 작품이었죠.

 

 

아라가 독일에 가기 전에 이런 저런 조언을 늘어놓곤 했었습니다.

결국 베를린 장벽보다도 무서운 건, 사람의 벽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특유의 재치와

입심으로 잘 버티는 거 같네요.

 

 

베를린공과대학은 성균관대학교와 자매결연학교라

아라가 한 학기 이곳에서 머물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 녀석 이곳이 부쩍

마음에 드는지, 한학기 연장해서 있고 싶다고 하네요.

 

 

이분이 마티아스 쾨펠입니다. 한국에서도 예전 2002년 전시를 한번 했었습니다.

물론 독일문화원에서 보여준 전시라, 알려지진 않았지만, 구상과 반구상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현대미술의 터치로, 고전의 거장들의 작품을 패러디 하는 재미있는 작품을 많이 남겼죠.

최근엔 중세독일어의 형태를 변형시킨 자신의 언어로 아름다운 시도 쓰신다네요.

 

 

외국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교제하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문화적 차이에서, 혹은 언어적 차이에서 오는

격차를 줄여가는 건, 역시 적극성이겠죠. 벽은 결국 허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을 부숴뜨릴 때, 타자와 내가 만나게 되는 것일 테니까요.

 

낮의 선명한 풍경들이 꼼꼼히 저장된 저 박제된 시간의

벽을 허물고, 무너진 자리에서 새로운 풍경의 일부로 편입되려는

인간의 노력은 아름다운 법입니다. 아라에게

화이팅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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