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패션기업 한섬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오랜 시절 한섬의 팬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힘겨운 시장상황과 맞닿드린 패션산업계에서 여전히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며,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섬은 분명 최고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지난 번 디올 전시와 맞물려서, 한섬에서 첫 강의를 한 이후, 두번 째 만남입니다. 패션회사에서 디자인과 상품기획을 하는 분들이 읽는 보고서들이나, 해외 유행예측리포트들, 연구서들은 사실 거의 비슷합니다.
중요한 건 보고서의 내용만큼, 그것을 읽어내는 시각, 저류에 흐르는 관점들입니다. 세계적인 유행예측 회사들을 보면, 실제로는 인류학, 사회학, 각종 인문학 전공자들이 함께 보여서 시대의 흐름, 국지적인 작은 움직임이지만 거대하게 뻣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문화적 흐름, 뭐 이런 것들을 섬세하게 하나씩 포착해서, 그 사건에 담긴 다양한 영향력들을 분석합니다. 물론 이 힘을 시각화하고 패션에 접목하는 조언까지 연결지어야지요. 넬리로디나 WGSN 같은 Subscription 기반의 고가의 정보분석 자료들은, 그 내용 자체가 은근히 시적이란 데 있습니다.
4개의 테마어를 뽑고, Cut & Sew든가, 니트경향, 데님경향, 액세서리 경향 하는 식으로 주요 복종별, 테마의 전개까지 짚어줍니다. 시적이란 건 말 그대로 그들이 추출해낸 한 시대의 경향 또한 시학적 관점에서 풀어야 할만큼, 다양한 요소들이 돌올하게 말려있는 세계란 뜻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내용들을 그냥 1대 1 접목만 해서는, 제대로된 기획이 어렵다는 것이겠죠. 이면을 읽고, 언어화된 미적 경향들의 배면을 흐르는 힘을 읽어내야 합니다. <트렌드의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내년 2017년 트렌드 전반에 나타난 공통 테마들을 짚어봤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 우리 시대가 패션의 중차대한 형질변화를 겪는 시대가 될 것이란 점, 패션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이런 흐름에 어떻게 동참하고,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도전과 맞닿드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열심히 강의를 들어주는 분들로 인해, 오랜 준비를 해간 강의가 지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라면 이번 강의는 지난번처럼, 막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게 끌어간 강의는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한 시대의 트렌드, 흐름, 사회적 경향의 내면에 있는 '모순점'에 대해 설명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걸 복식사를 비롯한 인문학적 성찰과 함께 엮는 융합형 강의여서 조금 힘들기도 했을겁니다. 함께 해주신 한섬 임직원 여러분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랜 세월 한섬의 팬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정말 진심이에요. 여러분들 각자가 한국에서 패션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다라는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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