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서아가 첫돌을 맞이했어요-내 인생의 열매

패션 큐레이터 2016. 4. 26. 21:51



어제는 서아의 첫돌잔치가 있었습니다. 늦은 나이의 결혼해서 아이가 생겼고,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가네요. 4월도 훌쩍 지나가는 시간의 문턱에서 아이의 첫 생일을 맞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에 오는 것이 그저 단순한 사건이 아닌 것은, 한 아이로 인해 변해가는 주변부의 풍경들, 내면의 모습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를 갖기 전, 저는 꽃으로 치면 동백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현란함을 드러내기 위해 군집으로 피어나는 것도 싫어했고, 오로지 제 자신의 모습만 타인과 대중들에게 드러내며 살았습니다. 철저한 개별자의 모습에 가까왔지요. 샤넬의 동백처럼, 고개를 숙이기보다 한번에 절정의 시간에 툭 떨어지고 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 꽃잎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누군가를 향해 그 잎들을 하나씩 펼쳐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람에도 흩날리고, 사선으로 내리꽂는 빗물에도 그렇게 한 잎 한 잎 떨어뜨리며, 나보다, 내 안에서 자라는 생명을 위해 꽃잎을 감싸는 생이 되어갑니다. 



오랜만에 한복도 입고, 아이와 함께 차려입었네요. 



서아는 아침잠이 많은 편인데, 이날은 오전밖에는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서 눈을 비비며 촬영을 했습니다. 햇살이 고운 날이어서 그나마 감사했지요. 색동을 입은 아기의 모습에서, 이렇게 다양한 색감의 삶과 미세한 감성을 가진 아이가 되길 바라봅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다시 한번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 저이기도 합니다. 또한 감사의 제목도 늘었습니다. 아이가 꼭 우리 두 사람을 연결하는 가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생을 살아내야 하고, 우리는 각자 다른 종류의 꽃으로 피어나고 자라나게 됩니다. 아이가 자라나며, 상대적으로 저는 낙화의 시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온 날들에 대해 다시 한번 긍정의 눈으로 되돌아보고, 반성케하는 힘이 아이에겐 분명 있더라구요. 아무리 부인해도 내 안에 아버지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 아버지의 긍정항을 제 안에서 되찾고 복돋워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는 시간이 오겠지요



항상 옆에서 잘 지켜봐주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