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인스퍼레이션

디올 주얼리, 리본의 아름다움을 만나다

패션 큐레이터 2015. 11. 18. 17:56



나는 디올Dior을 좋아한다. 복식사를 통해 배우는 디올과 발렌시아가, 지방시, 이들이 움직이던 50년대를 나는 가장 사랑한다. 많은 이들이 샤넬을 패션의 혁신가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샤넬의 디자인은 한 시대의 한 줌의 혁신들을 선보인다. 여성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에서부터, 스타일링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에서 분명 혁신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디올을 더 좋아한다. 



'모두 다 아름다왔던' 여자들의 시대, 그 환상을 항상 유지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환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현실을 죽도록 받아들이고, 그 질서에 저항하지 않는 자들은 환상을 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디올 사에서 이번 수석 디자이너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의 염원을 담은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올은 '리본을 묶는 것은 일종의 예술이다'라고 평했다. 



서구에서 옷을 다 만든 후, 남은 자투리 천으로 만든 이 리본이 옷의 '표정을 찍는 장식'으로서 혹은 개인의 패션 스타일링에 주관적인 매력을 더하는 요소로 등장한 이후로 서구는 이 리본에 매혹되었다. 



바로크 시대와 로코코 시대의 각종 드레스에 부착된, 아니 탈부착이 가능한 다양한 리본들은 당시 리본산업이 기계화를 통해 더욱 발전되었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러나 리본의 감성적 물성이랄까? 실크로 만든 리본이 옷에 부착되며 만들어내는 그 아련한 '목소리'에 대해서는 논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 디올의 스와 디올은 이 리본에 대한 일련의 해석을 보여준다. 리본의 매력은 결국 그 접힘과 펼침의 긴장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다. 이번 스와 디올의 주얼리 컬렉션은 바로 이 리본의 주름과 물성을 디자인에 적용한 사례다. 볼랑트(Volante) 드누에(Denoue) 플리 플라(Pli Plat) 스목(Smock)에 이르기까지, 보석을 다듬고 절삭하는 과정에서 리본의 잔주름이나, 물결치는 속성을 담아 표현했다. 



복식사에서 16-18세기의 옷 중에 로브 볼랑트란게 있다. 임산부를 위한 옷이었는데, 펼침주름이 있어 편하게 입을 수 있었다. 실크주름이 만드는 잔물결을 담은 주얼리가 눈에 띤다. 여기에 '리본 매듭을 푼다'는 뜻의 드누에를 영감으로 삼아, 리본의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여기에 납작주름을 뜻하는 플리 플라, 직물 표면에 잔주름 효과를 내기 위해 잡은 여러 줄의 사선 스티치를 뜻하는 스목에 이르기까지, 이번 주얼리 컬렉션은 사실 '리본'이라는 부자재의 가장 강력한 미적 속성을 발현시키는 주름에 대한 찬연한 재현이다. 



주얼리는 공부하면 할 수록 놀랍다. 기법사 하나 정리하고 조금 알만 하면, 또 기법에 영감을 미친 다양한 패션의 역사가 그 뒤를 받치고 있으니 



Photo Credit: Dior Magazine


복식사가로서, 현대패션의 디자인, 헤어와 주얼리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공부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디자인은 결국 지금껏 쌓아온 유구의 전통 위에서 항상 새로운 언어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 언어는 과거의 안정성에 기대기에, 산업적으로도 항상 일반 대중을 흔드는 힘이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세상의 모든 명품은 역사의 산물일수 있다. 더욱 역사 앞에서 고개 숙이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