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인스퍼레이션

레이디 디올 as seen by 전시-가방의 현상학

패션 큐레이터 2015. 11. 10. 13:02



매주 단국대학교 패션산업디자인 박사과정 학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야외수업(?)을 했지요. 뭐 그래봐야 전시장을 보며 전시기획과 패션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앞으로 자신의 작품을 미술관을 플랫폼으로 삼아 대중에게 보일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죠. 이번에는 청담 사거리에 있는 카페디올을 갔네요. 아내와 종종 가는 데이트 코스이기도 합니다.



디올의 대대적인 전시 이후, 카페 디올 4층에서 하고 있는 LADY DIOR AS SEEN BY는 작지만 

매력이 넘치는 전시입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이 재해석한 디올의 가방을 선보이고 있지요.

요즘 대기업들이 누구나 다 하는 흔하디 흔한 콜라보레이션과는 조금 궤도가 다릅니다. 완성도 측면과 의미론적으로

훨씬 더 깊고 작품 하나하나가 예술적 오브제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도슨트 분이 열심히 가방 하나하나를 설명해주시더라구요. 



기존의 미술작가와 패션 브랜드 간의 협업작업은 양쪽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제대로 선보이지도, 그렇다고 브랜드의 본질을 예술의 힘으로 더욱 강력하게 밀어부치지도

못한 채 자칭 트렌드인양 휩쓸려 다니고 있는 실정입니다. 너무 싫지요. 



여기에 비하면 레이디 디올 전시는 작가들의 정체성을 오롯하게 살리면서도

디올은 결국 가방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들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건축가는 건축의 논리로 가방을 풀고, 설치와 회화는 또 자신들만이 공고하게 

발전시킨 언어로 작품을 풀어냅니다. 굉장히 정교해요. 저는 로로코 출신의 설치, 회화, 

드로잉 작가인 무니르 패트미의 가방이 놀라왔습니다. 수용소의 쇠창살을 묶어 디올의 가방을 

재현했더군요. 아웅산 수지 여자를 기리는 가방이었습니다. 작가는 원래 역사적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데요. 소재의 이질감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방에 담아낸 한 시대의 억눌림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예쁘게만 작업해달라고 하는 여느 브랜드들과 차이가 느껴져서 좋더라구요. 



전시를 볼 때마다 앞으로의 패션 전시의 언어도 

더욱 풍성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솔직히 

지금 한국 사회의 패션전시는 매우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실험하고 전례를 보여주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 이들

이런 자들이 큐레이터라고 앉아서, 기업들과 계약만 맺고 있으니 그들의 컨텐츠를

우리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작업 자체를 전시설치에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데도 못하고 있죠.



학생들과 이 전시 보고 5층 카페가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전시 이야기를 했지요.

이론 수업과 더불어 탐방 수업도 겸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