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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예능 노能 를 아세요-일본의 가면, 그 이중성

패션 큐레이터 2015. 11. 11. 13:31



일본의 노를 만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10월부터 박물관의 작은 한 공간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의 전통무대예술, 노能 에 대한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학부시절 연극공부를 할 때

반드시 배우게 되는 이론의 체계 중 하나가 동양연극론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소화하는 대부분의 극연기, 혹은 관련 이론들이 서양연극 중심인데, 동양연극론을 통해 지리적으로 반대인 곳에서 태어난 또 다른 하나의 예술 체계들을 배우게 된다. 한국의 마당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굿의 양식, 중국의 경극, 이외에도 일본의 다양한 노와 교갱, 인형극인 분라꾸에 이르는 다양한 담론들을 배운다. 



노란 14세기 말에 발달한 일본의 가면극이다. 요즘 방송에서 뜨는 코드인 예능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한자로 능자를 썼다. 이 노와 함께 가면예술, 염직예술도 함께 발달했다. 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위한 소품으로서 지속적인 발전을 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일본의 전통예술에 대해 떠올릴 때, 얼굴에 새하얗게 분칠을 하고 높은 톤으로 노래를 하는 가부키 배우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가부키 조차도 발생은 17세기 에도시대다. 이보다 훨씬 전부터 발생, 지배층의 향유문화로 자리잡고 지금껏 그 정체성을 오롯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 이 노다. 노는 특히 몽환의 노와 현재의 노를 나뉘어 현재와 꿈의 세계를 오간다. 이미 14세기부터 인간은 꿈의 영역이 만들어내는 환상과 이야기 가치에 눈을 떳던 것이다. 



일본의 노에는 다양한 가면이 등장한다. 나무로 만든 노 가면은 당연히 표정의 변화가 없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표정의 변화가 없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 없는 사람을 가리켜 '노' 가면과 같다라고 표현한다. 




노 가면은 크게 오키나, 조, 오니, 오토코, 온나 등 다섯 유형으로 나뉜다. 오키나와 조는 노인의 형상으로 신의 역할에 사용한다. 위의 가면은 여인의 가면이다. 몽환적인 주제를 다루는 노에서 세상에 미련을 둔 여인들의 모습을 연기할 때 주로 쓴다고 한다. 



단순하고 정적인 노의 무대와 대사, 그와 대비되는 화려한 기모노는 한번쯤 눈여겨볼만 하다.



연두색 비단 위에 금실과 은실을 이용하여 귀갑과 용무늬를 표현했다. 



노가쿠 무대의 의상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것이 바로 위에 보이는 가라오리다. 보통 여성역할의 배우가 입는다. 붉은 색 계열의 바탕에 다양한 무늬로 장식했다. 젊은 날의 화사한 시간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화양연화의 시간이 새겨진 한 벌의 기모노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우리 내 여인들이 결혼 때 입던 활옷과 비슷한 정서를 토해낸다.



최근 일본과 한국 양국 사이에 '위안부'문제를 놓고 외교적 줄달리기가 진행중이다. 사과를 받아야 하는 쪽과 해야 하는 쪽, 그들의 입장은 첨예하다. 과거의 문제로 덮으려고 하는 쪽, 현재를 위무하기 위해선 반드시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쪽.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답을 얻어야 한다. 마치 노 연극의 배우들처럼, 이번에는 좋은 답이 있으면 좋겠는데,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니 힘들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