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파리를 들을 때마다 밤이 되면 습관처럼 했던 게, 플래그십 스토어들의 윈도우 디스플레이 전면을 사진에 담는 일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니 2012년이 기점이었지 싶다. 알을 깨고 나오는 핸드백들이 눈에 들어왔다. 루이비통의 역사 자체가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며 새로운 시대를 잉태해왔던 건 사실이니까. 복식사를 공부하면서 흔히 백화점, 편집샵 이외의 다양한 유통채널들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백화점의 공간에 대해 생각해봤었다.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정보유통의 방식이 시작된 지점, 바로 역사공부는 그런 즐거움이 있었다. 당시 뉴욕에 지인인 관장님도 뵐 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리는 패션전시도 볼겸 갔던 그곳에서 엉뚱하게도 알렉산더 맥퀸 못지 않게, 나는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의 윈도우 디스플레이에 푹 빠졌다.
상품 자체, 그 미학과 역사에만 빠져있던 내게, 설치미술 작품 같은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세계였다.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의 타조 쇼윈도. 유독 루이비통은 자연사 박물관의 테마를 참 오랜동안 일련의 축처럼 사용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루이 비통이란 브랜드의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아카이브 하나하나를 공부해온 내겐, 일련의 영감들이 마냥 작위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윈도우 디스플레이란 마케팅의 가장 큰 역할, 적어도 브랜드의 약호화된 역사와 미학을 가장 소비자와의 접면에서 전달하는 매체이기에 그렇다.
타조의 몸통과 머리가 연결된 부분,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의미심장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루이비통의 테마들이 궁금해지는 요즘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창을 통해 보는 신제품들의 향연이 아니다. 윈도우 자체가 어떤 상품, 혹은 어떤 개념에 대한 틀을 만들고, 일련의 프레임을 구성하는 작용을 하기에 그렇다. 미술 이론 공부를 하면서 장소특유적 예술이라는 개념을 자주 접한다. 특정한 장소에 위치함으로서 개념과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예술, 어찌보면 현대의 패션 디스플레이는 도시란 특정 공간에서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장소특유적 예술작품이다.
그 창을 통해 보는 시대와 트렌드와, 브랜드의 대화가 궁금하다.......
집 앞 아술랭 매장에 들러 루이비통의 윈도우 디스플레이 책을 사왔다. 지금껏 페이 맥로드의 작업을 볼 수 있는 화려한 장정이다. 값이 정말 비싸다. 올 겨울 한기를 막아줄 멋진 코트 한벌 값이다. 이런 식의 자료들을 수집하는 행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면을 한 장 한 장 펼칠 때마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그 기운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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