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하면서 '변화와 속도'란 단어를 일련의 삶을 이루는 축으로 믿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변화에 몸을 맡기고 즐긴다.
하지만 패션과 달리 스타일링은 이런 변화보다는 한결같은 것이 더 좋다. 프렌치 시크가 그렇게 태어난다. 난 결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한결같은 사람, 결이 고운 사람, 결이란 사람의 성품과 태도를 의미한다. 결국 묵직함을 내보인다. 아니 간접적으로 발산한다고 봐야 하리라.
나무작업을 하시는 이무규 선생님의 작업을 보고 있다. 인위적인 것을 거의 가미하지 않은 순쌀밥 같은 작품들. 생나무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못질을 하지 않고 가구를 만든다. 목단, 티크, 장미목 같은 파푸아뉴기니산 최고급 원목으로 만든 가구에는, 나무작업을 하는 작가의 한결같은, 결의 마음이 나무의 결 위에 세겨져있다. 세월이 지나보니 알겠다. 한 인간이, 세상에 대해 한결같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결을 알아보려면 깊게 봐야 한다. 오랜 호흡으로. 언제부터인가 오브제를 바라보는 내 관점도, 태도도 이렇게 변해간다
한결같은 생을 산다는 것은 정신의 척추를 언제든 곧추세우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흔들림없이, 주변의 시선과 권력, 지지배배하는 목소리를 듣되, 내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다. 생의 어두운 터널을 걸으며, 언제든 빈손으로 타협없는 목소리를 낸 대가를 치룰 각오를 하는 것이다.
이무규 작가의 나무작업에는 이런 결이 있다. 결이란 단어를 음미할수록 참 좋다. 나무, 돌, 살갗, 비단 따위의 조직이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라는 뜻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이외에도 결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바르고 결단력이 있음을, 그런 생의 태도를 논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하나의 체계를 아우르며 글을 쓰고 그것을 마무리한다는 뜻도 있다. 디자인에서 이러한 언어의 결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가. 내가 이무규 작가님의 작업에서 발견하는 작은 시선들이다. 항상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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