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디언지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봤습니다. 기사 인기도가 1등인 기사였네요. 그 내용은 가수 제인 버킨이 럭셔리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 사에서 나오는 '버킨 백'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놀라왔습니다. 버킨 백이 어디 보통 가방인가요? 세상의 모든 셀럽들의 필수품이고, 여인들이 너무나 갖고 싶어 여전히 주문 후 오랜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품목이 아니었던가요? 동물보호단체인 PETA에서 에르메스 사에 공식적으로 가죽처리 공정조사를 요청했답니다.
이후 가수 버킨은 가죽 처리방식의 잔인한 측면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사실 모피 및 가죽을 얻기 위해 인간이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굉장히 잔인합니다. 그만큼 표면에 흠이 없는 소재를 얻기 위해 만든 것인데, 거의 고문에 가까우니까요. 그녀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을 Debaptize 해달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이름을 제거(Remove)하는 것과 다르죠.
말 그대로 영세를 받은 이가 그것을 취소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자신의 영감으로, 자신을 뮤즈삼아 만든 버킨 백. 명실공히 여성들의 탐미재였던 이 가방은 히피적 감성과 자유를 노래와 삶의 모토로 삼았던 그녀의 영혼이 녹아있는 제품이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영세를 취소해달라고 했지 싶네요. 어찌되었든 저는 그녀의 의사결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패션은 가죽과 모피에 대해 너무 부와 권력이라는 인위적 문화의 코드를 부여해왔습니다. 어찌보면 패션산업이 인위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신화의 일종이지요. 이번 사안의 경도가 작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론매체들의 숱한 에르메스 인터뷰에, 본사는 무대응과 노 코멘트로 응대하고 있다더군요.
버킨 참 멋지네요.
'Art & Fashion > 패션과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와이의 미학-참 차갑고도 아련한 세상 (0) | 2015.11.04 |
---|---|
타투가 뜬다고-문신 권하는 사회 (0) | 2015.10.19 |
마리텔 김영만을 생각함-종이는 재규어보다 강하다 (0) | 2015.07.24 |
패션 디자인의 표절에 대하여-한국일보의 두번째 칼럼 (0) | 2015.06.27 |
한국문학계, 가을 전어가 필요해 (0) | 2015.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