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마리텔 김영만을 생각함-종이는 재규어보다 강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5. 7. 24. 22:43



이세이 미야케의 오리가미 컬렉션 중에서 


마리텔, 김영만 아저씨를 생각함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출연한 종이접기의 대가, 김영만씨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그를 향해 일부 네티즌들이 "TV에서 동심으로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 억대의 고급 외제차를 타는 건 순수성을 해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단다. 김영만씨는 1982년부터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종이접기로만 30년이 넘는 시간을 바쳤다. 외제차 논란이 뜬금없다고 느낀 건,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훈련하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장인이 이 정도 대접도 못받는 사회는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맛이 아주 쓰다.


말끝마다 개인의 창조성에 기반한 경제구조 개편을 논하면서, 정작 개인의 창조성을 통해 얻는 급부에 대해선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일부 네티즌의 생각이 괘씸하다. 아니 불쾌하다. 순수성의 기준이 빈천함에 있다고 믿는 사고에는 어떤 전제가 자리할까? 그들에게 순수함이란 분야에 매진하되 결과로서 부를 얻거나 명예를 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믿는 것인가? 30년 넘게 한 분야에서 매진하면, 기업에서도 임원이 되고, 장사를 해도 입소문이 나거나 지속가능성을 가져다줄 팬층이 생긴다. 그만큼 한 영역을 꾸준히, 지치지 않고 끌고 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종이는 재규어보다 힘이 세다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오리가미 컬렉션이 떠올랐다. 오리가미란 일본의 전통적 종이접기방식이다. 그는 전통적 종이접기 방식을 패션 디자인에 응용, 유명한 플리츠 플리즈 컬렉션을 완성해냈다. 종이접기는 동심팔이가 아닌, 창조성의 근원이 되었다. 철학자 들뢰즈도 '주름'에 대해 사유했을 만큼, 접기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주름에는 다양한 창조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이들은 종이접기를 통해 인위적인 접합이나 절삭없이, 접기를 통해 사물을 재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아주 중요한 기초조형 교육의 일환이다. 종이접기는 그저 유년시절의 추억이나 동심의 산물이 아닌 사물을 자신의 관점에서 접고 펼치며, 주름을 잡으며 기억하는 방식이 된다. 


한 영역에서 오랜동안 누적된 경험을 가진 이가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지 못한 것을 한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적된 개인의 창의성이 일절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가 '순수하다'라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아이들의 동심에서 '성취와 노력'의 과정이 가져다 줄 과실에 대해 말해서는 안된다. 접기는 어떤 점에서 보면 재규어와 같이 사회 내부의 계층을 표시하는 문화적 기호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접기에 빠지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순간, 촘촘하게 접혀있는 세상의 비전을 꿈꾸게 되기 때문이리라. 종이는 재규어보다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