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영화 인턴-앙코르 인생을 위한 교과서

패션 큐레이터 2015. 10. 19. 16:55



앙코르 인생을 위해 필요한 것?


영화 인턴을 봤다. 급속하게 노년사회로 진입해가는 한국의 관점에서도 영화의 울림은 충분했다. 낸시 마이어스 류의 영화가 보여주는 특성이 잘 녹아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해야 했던 영화기도 했다. 악마같은 편집장에게 시달리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여주인공은 다른 영화지만, 온라인패션몰의 경영자로 나온다. 그녀의 고민거리는 전형적인 워킹 맘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가정을 돌보는 남편과 아이, 돈 버는 엄마, 그녀를 둘러싼 가족관계 뭐 이런 영화들이 내세울 수 있는 관행이란 게 다 이 정도다. 소소해야 더 와닿는다. 


일흔이 넘은 옛 전화번호부 회사의 부사장이었던 드 니로는 시니어 프로그램에 의해, 인턴으로 취직을 한다. 깔끔한 정장과 옥스포드 구두, 배색을 맞춘 넥타이, 70년대식 브리프 케이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패션에는 60년대와 70년대 조직인으로 살았던 면모가 가득하다. 인턴을 맨토삼아, 인생과 일, 두 가지의 균형을 잡으려는 그녀의 노력은 눈물겹다. 영화 속 저런 노년이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다른 것 보다 노년을 찬미하고, 그들에게 앙코르 인생의 기회를 주는 것도 다 좋다. 그런데 지난 세대를 항상 미화화고, 그들의 삶은 더 질서정연하고, 더 지혜로왔고, 더 많은 헌신과 양보가 있었다는 식의 낭만적 풀이는 난 별로다. 


난 누구보다 노년을 찬미하고, 성숙하고 아름다운 시니어들이 사회에 더 많이 나오고, 활동하시길 소망한다. 노년의 지혜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젊은 날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일 것이다. 노년이 되어 괴팍스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젊음이 그러했던 것이다. 착각하지 말자. 경험은 항상 지혜를 가져오지 않는다. 경험도 스스로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삶의 틀 속에서 녹아, 타인의 경험과 함께 나의 것이 된다. 내 것만이 소중하다고 믿을 때, 우리는 자칭 꼰대가 된다. 우리때가 좋았고, 우리때는 안 그랬으며, 우리 때는 모든 게 이상적이었던 시대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우상처럼 떠받드는 경험이란 것도, 항상 새로운 해석이 내부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맥락에 놓여졌을때에도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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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하나를 달자면, 나는 여주인공이 CEO를 초빙하는 문제에 찬성하는 쪽이다. 스타트업 CEO로서 영화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면모는 안타까게도, 내가 이 회사에 투자를 한다면, 다른 노련한 경영자를 선발해달라고 할 듯 싶다. 이건 여주인공의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심각한 부족함에 대한 인지 때문이다. 이런 의사결정사항의 노력과 과정은 그저 멘토의 도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적어도 영화 속 기업의 성장속도를 고려해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