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교회에서-엄마는 아이의 방주다

20주를 넘어가는 아내와 함께 태교에 대한 생각을 해보자고 

쓰게 된 이 코너를 자주 채우지 못하고 있는게 아쉽습니다. 처음에는

태교여행도 자주하고 전시회도 빠지지 않고 가려고 했었지요. 두 사람다 일에

바쁘다보니 사실 시간을 동기화 하는 일은 항상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번 제주에 현대자동차 임원특강을 갔다가 하루 머물며 

아내와 방주교회며 부근의 미술관들을 돌아다녔네요. 인위적으로 지은

별장들과 그 안의 미술관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탓인지, 솔직히 큰 매력을 

못 느꼈습니다. 중요한 건 제주란 도시에 유입되는 자본과 예술의 논리가 결합되어 만들어

내는 일종의 형상들이 여전히 어설프고, 관광을 위한 작은 스폿 정도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만의 색을 내겠지만, 이 또한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건축공부 하시는 분들이 들른다는 방주교회에서 한참을 산책하다가

아내와 감귤차 한잔 마시고 돌아왔네요. 

제주를 힐링시티로 전략적인 위상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좋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심플리시티를 말하고, 간단한 삶을 말하고, 느림을

말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런 단어들은 유행타듯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삶의 속도에 지친 사람들이 처음에는 정녕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내려놓기 위해, 마음의

짐을 던져놓고 자신의 삶 속 깊숙이 치고들어온 불편한 주름들을 하나씩 펴가며 시작된 것들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반성적 성찰이 없이, 그저 상업적 자본과 결합된 심플한 삶, 편안한 삶이란 단어가 일종의

캐치워드가 되어 우리 삶에 파고듭니다. 힐링의 본질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이죠. 

아이를 잉태한 엄마는 그 자체로 아이에겐 일종의 방주입니다. 엄마가

보고 느끼고, 듣고, 먹는 모든 것들의 일부를 함께 하지요. 그렇게 아이는 엄마와

함께 새롭게 나올 생의 배를 타고 유영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에게, 세상의 혼미함

속에서 진정한 방주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건축물이 방주가 아니라

그 방주 속에 선택되어 들어가야 할 이들이 방주를 지키는 영혼이 되어야 합니다.

태담도 좋은 태교 중의 하나라지요. 좋은 책을 읽어주고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좋지만 저는 무엇보다 항상 아내의 말을 존중하고 들어주는 아빠가 

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앞에서 부부싸움을 안하는 부부보다 행여

싸우게 되더라도, 싸움의 과정을 다시 화평으로 돌려놓는 지속적인 관심과 협상의 과정이 정작 

아이를 더욱 크게 만드는 요소라고 하더라구요. 지성은 넘쳐나지만 영성은 사라지고 있는

시대, 이 땅의 기독교가 점차 비난거리로 조롱당하고 손가락질을 당하는 요즘 

정작 부서져내리는 믿음의 성을 새로 지을 이들은 우리가 찬미하는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들의 선택입니다. 

우리의 작은 선택 하나가, 견고한 우리를 만듭니다.

그 선택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때, 그 또한 우리의 선택을 

따라 견고한 자신들이 되어가겠죠. 그렇게 우리 각자가 집단으로 아름다운

이들이 되어갈 때, 그곳에서 진정한 윤리와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인식이 태어난다고 

플라톤은 <향연>에서 말했지요. 우리의 믿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저 교회에서 명문 가문을

만들어달라고 강청기도를 하는 것보다, 명문가문의 기준을 다시 헤아리고, 기준의 엄정함

을 지키기 위해 각자, 가문의 구성원 모두가 따를 수 있는 원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내의 배가 더 불러오기 전에, 또 한 번의 태교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어요

결혼 전 너무 많은 여행을 다녔던 저이기에,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의 1순위는 역시 여행입니다. 저는 여행을 통해, 그곳에 무엇이 있더라는 식의 인식보다

항상 그곳에서 사람이 살고, 그 사람의 매력과 행복의 요소들이 뭔지, 그들의 웃음

소리를 듣는데 더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여행이 주는 진정한 미덕은 

다름아닌 이런 사람의 재발견에 있다고 믿고 있는 쪽이지요. 

살며 살아가며, 배웁니다. 요즘들어 부쩍 아내의 변화되는 모습에

저 스스로도 조금씩 놀라기도 하고, 그렇게 변화되는 형질을 가진 새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아내의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를 지속시켜온 하나의 원리 Great Chain of Being 존재의 거대한 사슬의

일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일부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책임의식을 갖는 것, 한 아이를 돌보며, 제 삶의 

지평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될 지, 아이와, 아내와 함께 한 배를 타고 그 배가 만들어내는 

거품의 길 위에 서야겠지요. 아내와 아이를 위한 견고한 닻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