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태교를 큐레이팅하다

결국 우리는 빛을 찾을 것이다-2015년 벽두를 열며

패션 큐레이터 2015. 1. 1. 03:33



오늘 아내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께서 '아내를 닮은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고 넌지시 말씀해주시더군요.

주변에 친구들이 예쁜 딸 자랑을 할 때마다, 혹은 아는 작가 분들의 페북에서 딸들의 재롱사진을

찍어 올릴 때마다 그리 부러웠던 제게도, 부러움을 또 다른 즐거움으로 진화시킬 시간이 온 것이겠지요. 

아내와 함께 태교에 동참하면서, 기존의 책들, 인터넷에 산재된 태교의 방식 외에 다른 대안적인

것들을 찾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폴더를 만들었습니다. 



한 줄기 천상의 빛이 지상으로 배달된 것, 흔히 아이를 낳는다는 표현을 영어에서 

Deliver a Baby 라고 쓰는 것은 아이가 천상에서 지금 이곳으로 배달된 존재이기 때문이라죠

그런 관점에서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저는 미술을 비롯한 언어, 무용, 연극, 요리 등 다양한 형식을 

빌어 아이와 경험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었습니다. 자칭 체험학습이란 미명하에 결국 단순경험으로 끝나고 마는 

것들을 수없이 봐왔기에,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거나 미술관에 가거나, 혹은 무용의 한 동작을 배우는 

일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작가는 빛을 테마로 2000년대 초반 이후 일관된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리경이란 분입니다. 저는 빛을 소재로 작업하는 분들을 자주 뵈었습니다. 빛은 그 존재가치가

감추어져 있는 것들을 밖으로 드러내는데 있습니다. 그만큼 빛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를 

정의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빛을 이용해 만든 설치작업들은 한편 신의 성소처럼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 빛을 통해 우리가 봐야 할 사물, 사건, 진실이 굴곡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 진실이 아니고, 감추어져 있다고 해서 드러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간단한 진실을 몸으로 체험해보는 것, 적어도 저는 리경 작가의 작업에서 이 정도의 강단을 배웠습니다. 

말처럼 쉬운게 아니죠. 우리가 어둠 앞에, 삶의 역설과 혼돈 앞에 무릎 꿇을 때 그것이 어디 절대적으로 싸워봤자

이길 수 없는 일이기에 그렇던가요? 한 끝차이, 혹은 조작된 현실과 체념을 양산해내는 일종의 매트릭스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체념을 내면화 하기 때문이잖아요. 제가 리경 작가

님의 작업을 좋아하게 된 것은, 빛의 양을 조절하거나 빛의 공간을 거니는 인간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시켜서, 현실 속 어둠에 대한 일종의 면역력을 갖게 해준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유사 멘토들과 대안들을 보세요.



양의 해가 밝았습니다. 동물의 양이 아닌, 빛의 양(Positive)을 뜻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거리를 거닐때, 혹은 일상에서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상 속에서 점차 빛이 흐려지고 있다고

화려함의 내면 속에, 진정 우리를 빨아들이는 힘이 없다면 우리는 빛 속에서, 빛을 향해 앞으로 나가지도 못합니다. 

종교적 개념에서의 신이 곧 빛이라는 유추는, 바로 그 절대적 어둠 속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는 

빛의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가오는 한해, 더욱 밝은 빛으로 여러분의 삶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저도 한줄기 빛을 제 안에서 깨워 되찾는 한해를 만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