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벽두를 깨울 한 권의 책을 냈습니다. 2008년 <샤넬 미술관에 가다>
를 기점으로 이듬해 <하하미술관>를 냈고 그 사이 4권의 패션 책을 번역했습니다.
2012년 <K-Fashion Wearing A New Future>를 써서 한국의 현대패션을 외국에 알리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해 뉴욕에서 한국의 현대패션강의를 했고 작년 마지막 달 아랍
을 무대로 한국의 현대패션을 알리고 왔습니다. 저는 미술과 패션이란 두 세계를 아우르며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댄디, 오늘을 살다>
는 한국의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빌어 바로 지금 '우리의 삶'을 이야기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고요. 그 초점렌즈는 바로 패션입니다.
이 책에는 지금껏 제가 학습해온 패션의 역사와 패션철학을 대중이 즐겁게
소화할 수 있도록 녹여쓴 글들이 많습니다. 자기계발과 힐링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도
오래, 그러나 이미 세상은 자기계발로 넘쳐나지만, 계발해봤자 도움도 안되고 위로의 상승은
꽉막혀있는 시대지요. 그래놓고 청춘이 아픈 건 당연하단 식의 위로만이 판을 쳤습니다. 저는 이런 논조
이런 책들의 메시지가 싫었습니다. 한 개인에게 사회적 삶을 모두 짐지우는 사회. 모든 책임은 그저
조각조각한 한 개인의 문제이지 절대로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아니란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모든 건 개인의 무능력과 게으름탓이었죠.
어느 시대를 진단하기에 앞서, 항상 생각해야 하는 것이 역사 속에서
지금 우리사회와 비슷한 일면을 가진 시대가 있었는가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스타일과 패션의 역사를 연구하는 제겐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는데요.
19세기 후반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나오던 시대의 모습에서 저는 '댄디'라는 존재에 대해 주목
했습니다. 자본주의 초기, 광폭한 돈의 힘이 쇼핑문화를 이끌고,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돈을 주고 사기
시작했죠. 바로 지금 우리시대의 모본입니다. 그 시대 속에서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정신의 귀족을
추구하던 이들의 모습, 바로 댄디한 태도가 우리 시대에 정말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책은 패션철학을 현대미술을 통해 풀어 조금이나마 맛보게 할 생각을
갖고 썼던 책입니다. 그렇다고 패션화보가 멋드러지게 펼쳐지리라 생각하시면 안되요
모든 것이 유행의 논리로 무장하고 편성되고 돌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저 유행이란
본질과 대면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멋진 모습을 '새롭게' 디자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을
위로하되, 함께 분노하고 언론이 매일 매일 갱신하라고 부추기는 우리 자신을 그저 되돌아보고
그러다보니 결국은 흔들릴 필요도 없고, 멋진 내 자신으로 돌아왔을 뿐이죠.
한 시대를 읽는 안경을 쓰는 일, 멋진 디자인의 안경을 한번 써보는 건 어떨까요?
이 책이 여러분에게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서, 안녕할 수 있는 정신의 갑옷 한벌 입혀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역할을 한 것일겁니다. <하하미술관> 이후로 많이 성숙해져서 왔습니다. 시대가 바뀌
었으니 바뀐 시대를 읽을 렌즈도 필요하니까요. 여러분과 자주 만나고 싶고, 사랑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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