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패션 한류를 알리다-레바논 아메리칸 대학교 특강 후기

패션 큐레이터 2013. 12. 14. 07:26


레바논에 간지 이틀 만에 대학강의를 두개를 뛰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정이었죠. 그래도 마음은 항상 벅차고 행복합니다. 우리는 되게 착각에 빠져

삽니다. 세계의 모든 이들이 한국문화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갖고 사랑하며, 자칭 케이팝을

매일 듣는 것처럼 생각하죠. 하지만 창조경제가 뭐냐는 질문에 '오빠는 강남스타일'이 창조 경제의 

답이라고 대통령이 답을 했다고 하죠.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통해 달성한 국가

이미지의 재고는 사실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맞죠. 하지만 창조

경제의 정확한 의미가 매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방식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에는 

이의가 있습니다. 창조경제란 다소 추상적이고 결정적 동인이 없는 단어를 만들어

낸 탓에, 기존에 있던 사고와 생각들을 뒤범벅하기 바빴던 것이 사실이죠. 



레바논은 작은 나라입니다. 하지만 지중해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죠

그곳에서 가장 좋다는 레바논 아메리칸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된 건 큰 도전입니다.

가뜩이나 패션 디자인과가 막 신설되어 현재 1학년 학생들만 있는 이곳이라면, 적어도 패션에 

관해 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의 디자인과 정신을 알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패션 프로그램 전담교수님께서 저를 소개하시고, 기탄없이 질문도 막 던져주셨는데요. 



말씀드렸듯, 베이루트 숙이란 곳은 패션시티의 핵심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디오르, 펜디, 루이비통, 편집샵인 AISHITI 등 다양한 아울렛과 쇼핑몰이 자리합니다.

명품들이 즐비하지만 한국 브랜드는 여전히 없죠. 뒤집어 말하면 우리 스스로 국가적으로 내세울

패션 브랜드를 만들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땅의 패션인이란 자들이 수입 브랜드나 

가져와서 장사하는게 다였고, 실제로는 국제적 진출이나 패션을 통한 국가 이미지

의 창출같은 과제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게 딱 밝혀지고 마는 지점이지요. 



각종 보석가게와 패션 메종이 즐비하게 놓여진 거리를 걸으며 제가 

머리 속에서 상상하던 레바논의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정말 고민을 했습니다. 

산업은 항상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합니다. 이것이 없이 글로벌 기준만 가지고 

표준화를 하는 건 무리가 따르죠. 물론 지금의 세상에선, 글로벌 기준과 메시지 디자인만 갖고도

시장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더더욱 현지의 문화와 그 촉각의 느낌을 제품에 녹여내는게 필요합니다. 



이번 강의는 사실 첫 출발점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자주 중동의 국가들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중국 베이징과 뉴욕이 강의 스케줄에 잡혀 있습니다.

여러분은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베이징이라면 이미 한국적 디자인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요. 그럼 역으로 물어야지요. 여러분이 주말에 일본에 가서 쇼핑하면 일본의 문화에 대해 그리도

파삭파삭 소리가 날 정도로 잘 아나요? 그건 아니죠. 그렇다고 철학자의 담론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문화가 체화된 상품의 세계, 그 속에 담긴 우리들의 정서와 역사를 말해야지요. 



레바논은 한 마디로 규정하기에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그러나 이곳을 알면

성장하는 아프리카 시장의 교두보로 삼을 수도 있죠. 그만큼 지형학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우리는 과연 아랍시장과 그 소비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맥킨지 같은 컨설팅 기업에 문의하면 

알수 있을까요. 천만에요. 컨설팅 회사들이 얼마나 비싼 가격에 대비해서 형편없는 내용을 

결과물로 내놓는지 아세요? 결국 시장개척이나 그 시장을 아는 것은 우리의 시선으로

녹여낸 렌즈로 읽어야 합니다. 문제가 아랍어를 하는 이들도 많질 않고, 그런 

와중에 시장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하기란 오히려 어렵지요. 



그래서 더더욱 현지 전문가가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이들을 중용하고

이들과 함께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기 존중감을 세우며 글로벌 제품의 전도사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한 겁니다. 한국패션의 세계화란 구호, 참 좋습니다. 하지만 

기본없이 패션협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들이 정부돈으로 운영되면서 도대체 얼마나 구체적으로

현지 시장을 알려고 노력하고 자료 만들고, 조사능력을 발휘해왔는지 의문이 들더라구요. 맨날 돈 들여 

교민들 초대하고, 이들에게 비싼 밥 먹이며 '패션 코리아'를 운운하는 이들이 많았던게 사실입니다. 

항상 그들의 움직임은 교민들 잔치로 끝나고 말았죠. 현지인들은 알지도 못하는 행사요. 


이제는 이런 행사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죠. 저는 패션을 대중들에게 

강의해왔습니다. 신념은 같습니다. 이번에도 일반인들을 상대로도 강의를 했습니다. 

대학 교수들이야 그저 자기 업적 하나 쌓았다고, 이력서 한줄에 끄적거리며 넣겠지만 제겐 

뼈아프고 상처받고, 외로운 시간이고, 어떻게 하면 시장을 뚫을까 진짜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민간이 움직이면 자칭 관이란 곳들이 거들먹거리며 자기 숫가락을 올려놓으려고 하는 꼬락서니를 오랜동안

봐왔습니다. 해외홍보원도 그 중 하나였고요. 역점 사업 운운하면서 도대체 뭘 해왔는지 저는

그들의 행태가 항상 궁금하고 화나기만 했습니다. 그들이 예산을 쓰는 행태가 저로서는 

당췌 이해가 안갔던게 사실이고요. 저는 이제 레바논을 비롯한 저 레반트 지역의

시장을 혼을 다해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열립니다. 시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