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ESMOD 베이루트에서의 특강-패션 한류를 위한 프로젝트

패션 큐레이터 2013. 12. 14. 06:19


이번 아랍여행은 패션 한류를 알리기 위한 일환의 목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여행기는 좀 더 뒤로 하고요. 본격적으로 그곳에서 했던 활동들을 중심으로 알려드리죠

원래 요르단을 시작으로 그곳의 요르단 국립대학 디자인 학부 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오후에는 마다바

대학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이후 레바논으로 넘어와서 레바논 아메리칸 대학교와 에스모드 

베이투르에서 특강을 했지요. 이건 강의 내용은 에스모드를 첫 시작으로 

하나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역순으로 진행해 보도록 하지요. 



에스모드는 세계적인 패션 스쿨입니다. 전문학교지요. 한국에도 

에스모드 서울이 있고, 세계 각 국에 그나라의 풍토와 문화를 배경으로 

프랑스의 패션기술과 문화를 이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왠만한 디자이너

들 중에는 이 학교 출신들이 많습니다. 프랑스 패션교육의 자랑이기도 하죠. 그 중의 하나인 

이 에스모드 베이루트에서 강의를 하게 된 건 저로서는 적지 않은 기쁨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환대를 받으며, 학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패션을 통해 

전할 수 있었으니 저로서는 정말 큰 도전이었던 셈이지요. 



다음 레바논 여행편에서 말씀드리겠지만 레바논은 중동의 파리라고 불릴 만큼

패션의 도시입니다. 이곳의 베이루트 숙이란 곳을 갔는데요. 이곳은 오늘날의 명품샵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패션 거리입니다. 청담동 같은 곳이죠. 우리가 흔히 레바논하면 맨날 시리아 공습

같은 단어나 떠올리지만, 실제의 현실은 매우 다릅니다. 유럽풍의 정서가 강하게 배어나고 

스스로 중동의 일부가 아니라고 생각할만큼, 그들의 문화적 수용성과 자유로움이 

도시의 배면 위로 곳곳에 배어나는 것을 느끼실 수가 있을 겁니다. 



레바논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 

엘리 사브(Elie Saab)가 그 중 한명인데요. 중동의 현대패션을 연구

하면서 그의 작품집과 컬렉션 내용을 꼼꼼하게 챙겨야 했습니다. 문화를 강의

하기 전, 무엇보다 저 스스로 중동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고 공부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말해줘야 타인의 마음을 열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흔히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란 잘못된 

믿음을 너무 강하게 전파해왔습니다. 우리것을 대놓고 들이대면 어느 누구도 한 수저에 

그 밥을 다 삼키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관과 그저 정부의 돈을 받아내느라

급급했던 학계, 그리고 일반 공연기획사들의 졸속 행정들은 이런 식의 

관점들을 외국에서 자주 드러내야 했죠. 성과가 좋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죠. 



한국의 패션을 알리러 갔다고 하지만, 사실 중동의 많은 학생들에게 

한국의 복식은 일본과 중국과의 어떤 차이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만큼, 먼 타자의

나라입니다. 그런 곳에서 그저 우리것이 최고야라고 외쳐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이럴 수록

전략을 짜고, 그들의 머리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시지를 개발하고 디자인해야 합니다. 



같은 에스모드 출신인 구두 디자이너 겸비의 작품을 소개하니

많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뭐든 그렇습니다. 공통점을 찾아내고 거기서 

하나씩 살을 붙여가는 것이죠. 이번 한류 프로젝트는 LG 전자 LEVANT 지역 

사업총괄본부의 후원이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음식과 태권도등 우리의 것을 소개하며

기업의 브랜드를 알려온 엘지가 마지막으로 패션을 통해 우리의 색감과 실루엣, 미의식을 지역에 

알리는 작업을 하는 데 저도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작은 것들이 쌓여 

그들과 우리가 하나로 만나게 되겠지요. 저는 그들에게 지금의 작은 만남이 

우리가 언젠가 세계의 고객들을 위해 보여줄 제품들을 디자인 하게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고요. 



한국의 패션 한류를 전파하는 문화기획자로서, 패션 큐레이터로서 

각 나라의 지형학과 문화의 심리, 패션의 논리들을 공부하고 이를 알리고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일은 즐겁습니다. 그만큼 힘들기도 합니다. 영어로 강의하는

일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 영어로 스크립트를 써놓고 준비하거나 혹은

기계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속 머리 속으로 시나리오를 쓰며 했습니다. 질문을 

받고 창의적으로 답변하는 양식을 취한 것이죠. 쉽지 않더라구요. 방송에서는 그렇게 사람들을 웃기면서 강의도 

해봤는데 말이죠. 강의 덕분에 중동 지역의 친구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40명 넘게 생겼습니다. 그들은 

이제 제게 중동을 말해주는 좋은 조언자가 되겠지요. 작은 출발점을 만들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