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청바지 클래식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리뷰-명성황후, 그녀가 보고 싶다

패션 큐레이터 2013. 10. 19. 13:20


아주 늦은 리뷰를 올린다.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서울예술단의 작업이다.

9월 하순에 올린 작품인데, 북유럽 여행을 가느라 포스팅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좋은 작업인

이상 기록을 통해 공연의 시간을 함께 나눌 생각이다. 이 작품은 명성황후를 다룬다. 명성황후는 뮤지컬

을 비롯 다양한 양식의 연희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영웅적 모습을 그리는 작품에서 

그녀를 둘러싼 이 땅의 근대사회의 진통과 그 그림자를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이번 작업은 극작가 장성희가 대본을 맡았고, 음악은 창작 뮤지컬 <빨래>로

작곡상을 받으며 한국적 음악창작극의 가능성을 열어준 민찬홍이 맡았다. 예전 뮤지컬

빨래를 보았고, 작품 속 감미로운 주인공들의 노래가 기억나서인지, 이번 작품의 노래에도 기대가

매우 컸다.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무대를 워낙 역동적으로 쓴 작품이었다. 마치 갤러리에 온 것처럼 시원

하게 뚫린듯한 공간과 무대감의 깊이가 커서인지, 작품이 전개되는 과정 상의 흡인력은 상당했다. 



1910년 8월 29일 한일 강제 병합일 저녁 사진관을 배경으로 막 가게문을 

닫으려는 시점에서 한 노인이 조선의 마지막 왕비 명성황후의 사진을 찾는다. 

이 사건은 꽤 오래전부터 역사책에 기술된 명성황후의 얼굴이 실제 명성황후가 아니란

주장을 극화한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과 관련된 많은 역사적 추정과 경합하는 견해가 있으므로 

진위를 이곳에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극이라는 상상의 공간에서 그녀의 삶을 또 다른 방식으로 풀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 이번 작품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가무극에서는 명성황후의 죽음을 

둘러싸고 선화란 이름의 궁녀가 대신 살해를 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결국 황후의 얼굴을 

알수 없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빼앗긴 조국에서 자신의 혼이 담긴 얼굴을 사진을 

통해 남기기 싫다는 논평만을 남긴다. 이번 가무극에서 인상적인 건 



명성황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들을 나름대로 정갈하게 정리해서 

함께 극에 녹여냈다는 점일거다. 그녀가 비운의 황후이긴 해도 결국 민중

들에겐 버겁고 힘겨운 삶을 가져다주고 수탈한 인간일 뿐일테니, 대사 중에도 이런

면모들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한 인간에 대한 지나친 신화화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명성황후 역을 맡은 차지연은 항상 그랬듯 풍성한 감성으로 무대를 채운다.

극중 인물의 긴장과 이중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드러내기엔 극의 양식 자체가 포화

된 느낌이다. 서울예술단의 작업이 조금더 절제된 맛을 갖게 된다면 각 배우들의 역량도 더욱

날것의 세계를, 강인하게 갖게 되지 않을가 싶다. 지금으로서는 지나치게 분칠된 느낌이다.



몇 가지의 아쉬운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이번 서울예술단의

작업은 지금껏, 우리것 찾기라는 그들의 숙제를 풀어가는 도정에서 만드시 맞닿드려야 

할 작업이었고., 그 작업의 해석능력과 전개과정은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늦 가을, 이 공연 

다시 한번 보고 싶은데, 공연일자가 너무 짧다. 내년에는 다시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