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청바지 클래식

함께 부를 때 인생의 노래가 된다-빈 소년 합창단 공연 후기

패션 큐레이터 2014. 1. 20. 18:31

 


 

지난 18일 예술의 전당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빈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죠. 3년 전 비엔나에 갔을 때 빈 황실예배당에서 울려퍼지는 합창단의 성가를 잊을수가 없습니다. 천상의 목소리란 바로 이런걸거야 하며 자리를 떴죠. 노래를 들을 때 가장 좋은 것은 선율에 제 자신을 다 던지고 싶을 정도로 몰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몰입이 아름다운 건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아 선연하다는 것일 겁니다. 


지금으로 부터 500여년전 1498년, 오스트리아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인스부르크에서 현재의 빈으로 궁정을 옮기면서 궁정 음악가들도 함께 이주를 시켰는데요. 이때 6명의 어린 소년들로 구성하는 음악가를 만들라고 명령을 하죠. 빈소년 합창단의 시작입니다. 10세에서 13세 사이 100여명의 소년단원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세계 투어를 다닌다고 하더군요. 


항상 그렇듯 소년합창단의 시작은 유럽의 성가곡으로 시작합니다. 이탈리안 바로크 음악의 대표 작곡가인 안토니오 칼다라의 곡 '나는 살아있는 빵이니'가 귓가를 스칩니다. 교회의 합창곡을 모테트라고 부릅니다. 빛과 선율은 한 몸이 되어 신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이들의 심령을 하나로 구속합니다. 우리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내면의 목소리를 듣도록 촉구하는 신의 음성이지요. 


이번 공연에선 성가곡도 좋지만 저로서는, 세계 각국의 민요들이 더 좋았습니다. 오스트리아의 '하즐 그라븐 계곡 깊이'란 곡을 들었는데요. 이 곡이 은근히 유쾌하더라구요. 하즐 그라븐 계곡에 갖쳐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짐마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표정이 톡톡튀는 음 하나하나를 실어내서 더욱 이입이 잘 되었나 봅니다. 


이외에도 북미 민요 셰난도아, 남아프리카의 '광부들의 노래 호야호' 마지막으로 한국의 아리랑까지 콘서트홀을 메우는 따스한 공기는 유쾌함과 발랄함, 아이들의 목소리로 토해내는 진중함으로 가득찼습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인 출신의 지휘자 김보미씨가 나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쩜 그리 피아노도 잘 치시고 노래도 잘하시고요. 아이들과 눈을 맞춰가며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 표정이 저에게까지 전달되더라구요. 행복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독창도 좋고 이중창도 좋지만, 역시 인생은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와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맑을 소리를 들을 수록, 제 자신을 더욱 되돌아보는 건 바로 이런 이유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