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청바지 클래식

턱시도 정션-재즈의 강력한 영혼을 배우는 시간

패션 큐레이터 2013. 7. 23. 02:32




지난 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러시아의 빅 밴드 블라디미르 톨카체프 밴드의 공연을 봤습니다. 1985년 설립된 이 빅밴드는 재즈클래식, 재즈 록, 이외에도 많은 스타일을 소화합니다. 항상 실험적인 공연을 하기로 유명하다는 군요. 저로서는 빅밴드 공연이 처음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R 석 좌석으로 얻었는데 문제는 4번째 열에서 듣는 경험이 저를 지치게 했다는 점입니다. 공연 기획측에서 콘서트 홀의 어쿠스틱 효과를 과소평가한 걸까요? 빅밴드인데, 스피커의 음량을 너무 키워놔서 초반부 앞에서 겨우 듣다가 인터메조 시간에 뒤로 옮겨 공연을 끝까지 봐야했습니다.

 

2002년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톨카체프는 러시아 공훈 예술가의 명예를 얻습니다. 그해 빅밴드는 하노버에서 개최된 제 14회 국제 재드 위크에서 최고 앙상블 상을 수상합니다. 공연에서 보여준 것은 두 개의 파트에 나눠져 있었습니다. 우선 1부에선 듀크 엘링턴이 편곡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지 인형>을 연주합니다. 발레공연으로 볼 때의 음악과는 판이한 느낌이었습니다. 즉흥성과 강력한 힘, 재즈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지 못한 제겐 특유의 리듬감에 몸을 맡기고 들을 수 밖에요.

 

이외에도 유로피안 클래시컬로 이어지면서 쇼팽과 리스트의 사랑의 꿈, 유모레스크,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 등을 재즈로 변주해서 들려줍니다. 인터메조 후 클래식 재즈의 걸작들을 골라 들려주는 시간이 있었고요. 루이스 프리마의 'Sing,Sing,Sing'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더군요. 마지막 4부에서는 글렌 밀러의 연구곡들을 선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턱시도 정션이란 곡이 와닿더라구요. 집에와서 찾아보니 턱시도 정션이란 앨러배마에 있는 작은 재즈와 블루스 클럽의 이름이더군요. 1922년 지어진 닉슨빌딩이 원래 이름이지만 이 건물과 인접한 교차로에서 턱시도 파크(Tuxido Park)를 가로지르는 전차 때문에 이런 애칭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지역은 음악적 전통이 강해서 1980년대 펑크 뮤직의 본산이 되기도 했다네요.

 

최근 음악공연을 자주 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지난 2년여동안, 오마이뉴스의 공연전문기자로 열심히 기사를 썼습니다. 특히 발레와 현대무용은 빠지지 않고 포스팅을 했었지요. 앞으로도 무용에 대한 관심은 지우지 않을 것입니다. 패션과 무용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하거든요. 재즈와 패션을 소재로 글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항상 어떤 공연을 보든, 책을 읽든, 패션을 생각합니다. 일종의 강박처럼 저를 사로잡지요. 하지만 이런 강박이 저는 좋습니다. 협소한 생의 경계선을 세월 속에 벼린 렌즈로 보는 시간을 만들어주니까요. 앞으로는 음악사 공부도 하고, 현대음악과 재즈 공부도 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통해 어휘가 늘어갈수록, 제가 읽는 텍스트들과 패션도 함께 늘어납니다. 저는 이런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