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호텔아트페어 특강을 마치고-그림의 숲 사이를 걷는 시간

패션 큐레이터 2013. 8. 25. 13:22


호텔아트페어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아트페어가 되면 도슨트도 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는데요. 올해는 VIP 렉쳐가 있어서 특강을 했습니다.



호텔아트페어는 기존의 아트페어와 달리 개최되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호텔이란 공간을 빌려서 각 갤러리들이 

주요 작품들을 들고 나옵니다. 뭐든지 공간의 문제는 중요합니다. 특히 공간이

의미를 생산하는 맥락이 될 때는 더욱 그렇지요. 하얀색 큐브로 만들어진 인공벽 위에

걸린 페어의 그림들을 보셨을 겁니다. 깔끔하게 마장된 벽면위에 다양한 색감의

그림들이 걸리고 사람들은 그림을 구매하긴 하는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호텔아트페어의 장점은 하얀 큐브 벽면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집의

구조와 가장 비슷한 호텔 방의 인테리어를 이용하기에, 그림을 걸어놓는 법에서

부터 무엇보다 그림의 질감과 표현, 내역을 자신의 집에 맞추어보는 법을 고민할 수 있

다는 점에서 강력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호텔아트페어가 더욱 성황리

인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지요. 저도 몇개의 작품을 봐두었습니다. 6층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60석의 좌석을 가득 매워준 청중 분들이 있어서 강의

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즐거웠습니다. 나눔의 시간은 행복합니다.



각 방에 설치된 그림의 숲을 톰방톰방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으며

하나하나 눈에 넣습니다. 이번에는 워싱턴에서 온 주얼리 디자이너의 작품과

태국 출신 작가의 독특한 나무 풍경화가 눈에 띄어서 고민 중입니다. 



최근 외부강의가 너무 늘어서, 사실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약간

버겁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대중강연을 피하고, 기업강의만 한다는 것도

무리인데다, 이렇게 되면 정작 공부하고 사유한 깊이를 현업에서 갈급해하는 이들

에게 나눠주는데도 문제가 생깁니다. 균형점을 잡는게 최우선이니까요. 



태국작가의 그림을 유심히 봤습니다. 나무를 그리는 

터치가 독특하기도 했고요. 



호텔아트페어에 명품 시계 브랜드인 바쉐론 콘스탄틴도 부스를

만들어서 시계에 관련된 내용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여기 갔다가 저도 

관심이 생겨서 오늘 아마존으로 이 브랜드에서 나온 역사를 정리한 도록을 한권

샀습니다. 시계 무브먼트의 역사는 단순하게 기술축적의 역사라고 보기가

어렵지요. 시간의 축과 그 속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야 하니까요.



호텔 방과 욕실에 전개된 작품들을 보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매화를 너무나 잘 그리는 성영록 작가의 작품과 제가 좋아하는 김덕용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나무위에 단청이나 혹은 혼합재료를 써서 작품을 하시는

김덕용 선생님은 나무란 소재를 쓰기에, 그 질감과 세월의 나이테를 그대로 작품 속에 

투영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환과 추억에 잠기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이지요. 



호텔아트페어가 오늘까지네요. 저는 토요일날 강의와 함께 봐서 그런지

그래도 조금은 여유를 갖고 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줄을 선 긴 줄을

보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한국사회를 끌어가고 있다는 확신은 갖게 됩니다.

그만큼 미술품에 대한 사고, 입장을 바꿀 때가 된 것이죠. 행복하게 그림의 숲을 

걷고 났더니 마음은 부르고 배는 고파오네요. 밥 먹으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