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신발 디자인을 잘 하고 싶다면-이 책을 먹어라

패션 큐레이터 2013. 8. 7. 21:00

 

 

패션번역의 어려움


아키 쇼콜라의 <신발 디자인 교과서Footwear Design>가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제작공정을 다룬 책이기에, 사진 도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공정 하나하나 캡션과 설명, 구두 디자인과 관련된 용어들을 정의하고 틀을 만드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1년 꼬박 걸린 셈이에요. 무엇보다 번역이 마무리 되어가던 시점에서, 하드가 날라가서 하드 복구하고 원고 다시 정리하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 책은 단행본 작업을 오랜기간 동안 미룬채 번역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 작업 뒤에는 <패션 디자이너를 위한 색채기획>도 번역이 마무리 되어 나올거 같습니다. 로렌스 킹 출판사의 디자이너 포트폴리로 스킬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신발 디자인 교과서>를 쓴 아키 쇼콜라는 런던 패션 칼리지와 뉴욕의 F.I.T와 피렌체의 폴리모다에서 구두 디자인을 오랜 세월 가르쳐온, 구두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교육자입니다.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 과정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까지, 철저하게 과정별로 나누어서 공정을 섬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신발 디자인 컬렉션을 만드는데 필요한 실제적인 조언들과 업계 디자이너들의 인터뷰가 함께 담겼습니다. 무엇보다 책의 초기에 신발의 역사 부분을 할애해서, 결코 지루하지 않게 역사의 변천과정과 현재의 구두 디자인을 함께 연결해 설명한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제 서재에는 구두에 관한 도록들이 들어있습니다. 지미 추, 얀  얀센, 크리스천 루부탱에 이르기까지, 이외에도 구두의 역사와 각종 풋웨어를 전문으로 하는 뮤지엄에서 가져온 도록과 카탈로그들이 빽빽하게 꽂혀있죠.


이런 자료는 복식사를 공부하고, 더불어 함께 발달한 구두 디자인의 궤적을 추적하기에 좋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실제로 신발을 만들고 싶고, 어떻게 가죽을 얻고, 공장을 수배하고, 기술자와 호흡을 맞추는 문제 등 실제적인 부분이 자리를 하죠. 현실로 들어가서 몸으로 익히기 전에는 텍스트로 읽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체험과정은 적정 기간이 흐르면서 지식은 몸에 붙습니다, 그때부터는 기초과정에서 배운 정신과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되죠. 결국은 기초체력입니다. 한국의 패션출판을 보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용어들이 통일되지 않으니 번역이 각각이고요. 이런건 학계가 해야 하는데 이부분이 미진합니다. 번역하면서 애먹는건 바로 이런 점이죠. 맨날 스타일링, 옷 잘입는 법, 남자의 스타일 따위의 책들이 판을 치지만 정작 패션산업에 꿈을 갖고, 여전히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실제적인 책은 많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의상학 교육을 받은들, 정작 실무경력이 너무나 미천한 교수들이 태반이고, 자기내들끼리 만든 학회에서 서로 논문이나 발표하며 업적이랍시고 만들고 살죠.


맨날 학생들만 불쌍합니다. 번역하는 일 흔히 돈안되고 명예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은 패션관련된 진중한 출판물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패션 마케팅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무슨 자기 공부하는 데 쓰는 번역병인줄 아는지, 관련없는 아티클 번역이나 시키고, 학생들은 그저 졸업이나 하고 인턴십이나 하자 하고. 그런데 지금껏 쌓은 지식은 과연 얼마인건지. 실제적인 세상과 방법론은 얼마나 배웠는지 항상 답답합니다. 그래서 번역을 했던 겁니다. 


저는 복식사와 미학, 상품기획과 바잉쪽은 제가 저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전문가들을 만나고 이들에게 저술을 권하고 기회도 주고있죠. 이렇게 한권 한권 마무리 합니다. 색채기획 이후에는 비교복식학 책을 번역하고, 패션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자서전이 올해 안에 출간되어 나올 것입니다. 번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로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것, 이렇게 세상을 향해 조금씩 보시하는 것으로 풀려 합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는 내년 1월에 절반 이상이 바뀐 포멧으로 여러분과 만날 것입니다. 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증본했습니다. 이후에 패션의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인접 인문학과의 만남을 소재로 한 책들을 속속들이 출간할 것입니다. 두 영역을 동시에 잘 알아야 대중 독자들을 위한 통섭의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믿는 저입니다. 열심히 기다리신 만큼 보람차도록 노력할게요.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