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인상주의 그림 속 '여름을 견디는 사람들'

패션 큐레이터 2013. 8. 24. 13:08

 

 

존 싱어 사전트 <여름 햇살아래 배 위에서 잠든 두 여인>

1887년, 캔버스에 유채, 굴벤키언 뮤지엄

 

올 여름 휴가는 짧았던 홍콩 여행 한번으로 그쳐야 할 듯 싶습니다. 9월 추석에 맞추어 북경 예술기행을 스케줄에 우겨넣긴 했는데 어떻게 될지 여전히 미지수네요. 어제가 처서였습니다. 입추와 백로 사이, 가을의 문턱과 하얀 겨울이슬이 맺히는 시간의 사이, 틈 속에선 여전히 여름 날, 발효된 마음이 갈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 습하고 지치게하는 무더위로 힘겹습니다. 예전 우리 내 선조들이 시간표에 작성한 계절의 변화들이 더 이상 반영되지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화가 존 싱어 사전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나른한 인디언 섬머의 끝에서, 저도 모르게 한자락 꿀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하얀색 섬머 드레스는 아마도 포슬한 느낌의 모슬린일 겁니다. 챙이 넓은 카플린 모자를 쓰고, 호숫가 버들나무가 진한 초록기운을 토해내는 그늘 아래, 댓잠을 자고 있네요. 저는 무엇보다 이들의 머리를 받쳐주는 붉은색 기운의 벨벳 베게가 더 인상적이긴 합니다. 올 여름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처서라는 절기상의 방점에 대해 논하기엔, 여전히 뜨겁고 힘겨운 이 여름날, 그저 주말을 맞아 달콤한 낮잠이라도 푹 주무시라고, 일종의 부적처럼 그림을 블로그에 올려봤습니다.


저는 오늘도 밤늦게까지 일하게 될 거 같아요. 콘래드 호텔 서울에서 열리는 호텔 아트페어에서 특강을 하고 미술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사과향이 감미롭게 도는 애플 마티니 한잔, 오가는 예술 이야기에 푹 빠져보려 합니다. 하얏트 호텔과 신라호텔, 이번에는 콘래드 호텔인데요. 어떤 느낌일지 기대되요. 그림 한장을 사는 것을 쇼핑에 비유합니다. 한 벌의 옷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어마어마한 지식을 필요로하진 않지만, 일단 사게되면 그 사물과 정서적인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것이 사물을 통해, 우리의 삶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마술이지요. 저는 오늘은 그림 속에 푹 빠져 있어야 할 거 같네요. 여러분의 인디언 섬머,


그 나른한 시간에 달콤한 잠의 기쁨이 임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