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깊은 여름의 열기가 도시의 포도위를 달구는 계절입니다.
답답한 사무실을 박차고, 어디론가 한없이 가벼운 로퍼 하나 구겨신고 마구
밖으로 나가고 싶은 하루였네요. 봄날의 씨줄과 여름날의 날줄이 교직되며 엮어내는
아름다운 여름의 시간, 여인이 발끝은 여린 떨림으로 가득합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소개할 화가는
빈센테 로메로 레돈도란 스페인 출신의 화가입니다. 그의 그림은 마치 패션 잡지에 나올
화보처럼, 스페인 남부의 풍성한 바다와 햇살, 미풍 아래 편안한 시간을 누리는
여인들의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그림 속 여인들의 패션도 볼만하네요.
꾹 짜면 초록빛이 녹아내릴 것 같은 풀밭 위로, 한 장의 옅은 깔개에 몸을
얹은 그녀의 발끝으로 하오의 무료한 햇살들이 사선으로 쏟아집니다. 그녀가 살포시
여름 샌들도 눈에 보이는 군요. 파라솔 아래 하얗게 빛살을 투과하며 그녀의 얼굴을 비춥니다.
1956년 마드리드에서 4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부터 그림에 타고난 감각을 보였다고 하지요. 다행히
이를 이해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부모님 덕에 그는 초현실주의 미술의
거장, 천재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다녔던 <산페르난도 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합니다.
졸업 후 마조르카와 이비자, 테네리페 섬과 같은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파스텔톤의
초상화들을 그립니다. 거의 패션 초상화에 버금갈 정도의 매력이 담겼죠.
우리는 언제부터 이 플랫폼 슈즈, 일명 통굽신발이라 불리는 것들을
신기 시작했을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그리스 시대로 들어갑니다. 극장에서
주요한 배역을 맡은 배우의 키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기 위해서였죠. 이건 그리스 비극을
비롯한 당시 고전 연극에서 역할과 캐릭터에 따라, 신장의 차이를 둔 기본적인 사실에 근거합니다.
이후 16세기 베니스의 매춘부들이 신장에서 오는 늘씬한 신체의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신었죠. 이후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1930년대, 40년대, 50년대 초엽까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통굽에 대한 수요의
광기가 시작된 것은 1967년 패션 매거진 <세븐틴>의 창간 이후입니다. 당시 통굽은 일시적인
유행, 즉 패드로 끝날 줄 알았는데 청소년층들이 이 신발을 신으면서 유행은 위로 번져
올라갑니다. 20대를 비롯, 중년 여성들까지 유행에 합세하면서, 1970년대 디스코의
열풍이 강타하던 시대의 풍경 속에서 최고의 패션 아이템으로 등극하게 되죠.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스타일은 대부분 심플하게
물소 가죽으로 만든 스트랩이 달린 샌들이었습니다. 대부분 베이지색
스웨이드로 둘러싼 코르크 웨지힐이 인기였지요. 오늘 소개드린 브랜드의 상품들도
1970년대의 향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군요. 스페인의 해변가와 섬들의 실루엣을 보니, 올 여름
유행대열에 들어갈 웨지 샌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천연야자 라피아와 코르크,
스트로(짚)과 나무로 만들어진 플랫폼 힐이 올 피서철, 해변가의
주요 트랜드가 될 것 같습니다.
각 브랜드에서 제가 골라본 건 6개의 플랫폼 슈즈입니다.
어떤게 마음에 드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름 소품들은 장식을
피하고 간결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들을 고르는 편이거든요.
화가의 그림 속, 호수가 언덕에 올라, 여름의 강한 햇살을 맞는 여인의 여린발을
지켜주기엔, 군청색 우드 소재의 슈즈도 좋고, 깔끔한 느낌의 미우미우 힐도 나빠보이진 않네요.
올 2011년 전체적으로 197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향수를 반영하는 아이템과
디자인이 유행입니다. 샌들도 예외는 아니군요.
개인적으로 체크를 좋아해서, 랠프로랜의
체크 패턴이 돋보이는 플랫폼도 마음에 들고요. 구찌에서
나온 라피아 소재 힐은 발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림처럼 시원한 밀짚
카플린 모자에 반투명 시스루를 입고 플랫폼 슈즈를
신어주면 방점을 찍는 거겠죠?
화가의 그림 속, 해변과 호숫가의 풍광이 곱습니다.
마무리 해야 할 원고로 매일 전쟁이지만, 언젠가는 달콤한
휴식의 날이 오겠지요. 오늘 현대화가의 그림을 통해 플랫폼 슈즈에 대해
이야기 해본 것은, 지금껏 인터넷이나 패션 잡지를 장식하는 글의 스타일로 부터
조금 벗어나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셀리브리티라고 불리는 유명인사들의
옷차림이 유행이 되어, 모든 이들에게 흘러가는 세상. 뒤집어 보면
그들이 행사하는 유행의 폭력에 우리는 무방비로 노출되죠.
그림 속 우아하고 따스한 세계를 생각하다가 마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이 글을 쓴 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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