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패션 브랜드 베네통-섹스의 교과서, 카마수트라를 만나다

패션 큐레이터 2011. 12. 13. 18:24

 

 

살아가면서 우리를 가장 격정된 감정으로 몰고 가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인류애니 가족이니, 문화, 언어, 전통 등 다양한

요소들을 인간은 역사를 통해 일궈왔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건

타인과 내가 구별된 자아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구별하고

차별화 하려는 욕망이 아닐까?

 

 

이번 베네통이 보여준 예술과 패션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일명 <라나 수트라Lana Sutra>는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의 내면속에 잠재하는 보편적 사랑에 대한 감정을 보편하고자

하는 시도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재정후원한 베네통의 United Colors of Benetton사의

철학과도 맞물려 있다. 패션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각 나라의 패션과

색의 발전과정을 함께 살피다 보면, 의외로 색이란 것, 이 컬러는

각각의 색이 발산하는 동질적인 성향과 의미와 맞부딪친다.

 

 

이번  라나 수트라는 인도 힌두 경전 중 하나인

카마 수트라에 대한 오마주다. 카마 수트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정리된 가장 오래된 텍스트로 성행위에 대한 다양한 실천적 지침을

정리해 놓은 텍스트다. 카마는 인간의 육체적 쾌락을, 수트라는 하나됨의 연결고리인

하나의 가닥을 상징하는데, 이번 작품들은 색과 섹스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

인간의 모습, 그 속에 담긴 보편적 정서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진행한 작가 에릭 라벨로는 베네통사의

리서치 센터인 파브리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본능적으로

우리 인간들이 다양한 분류기준을 내세워 나와 너를 구분하는 인위적인 양식에 대해

도전하는 의미로, 이 작품들을 만들었다. 언어와 문화 장소와 가치관, 전통이라는 구분요소들

속에서 결국 경계를 허무는 '성에 대한 열망'이란 화두를 끄집어내고, 우리를 하나로

묶는 보편적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발화한다. 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인류애적 가능성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지금껏 베네통이 보여준 광고들을 보면

사실 이번 작업의 성향이나 겹겹히 실로 하나씩

묶여진 의미들이 그리 새롭지도 않다. 수녀와 신부가 입맞추고

백인여자와 흑인남자, 그 사이에 웃고 있는 동양아이, 백인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흑인 엄마의 젖가슴 등, 항상 베네통이란 회사는 패션

기업을 넘어, 색이라는 보편의 언어로 인류를 하나로 묶는

다는 이념을 철저하게 시행해 왔다.

 

 

다양하고 현란한 색채의 실들이

어우러지는 세계는 하나의 인종으로 화합하는

인류의 상징이다. 사랑에 대한 경외감과 동등하고 평등한

사회에 대한 열망을 설치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결국 라나 수트라의

결론은 '공존의 가능성'이자 대위법적 사유로 감싸앉는

인간 사회의 따스한 질서라고 할 수 있겠다.

 

 

각각의 설치작품들은 총 두개의 인간의 형상이 하나로

연결되는 형태를 하고있으며, 그 연결고리로서 베네통 FW시즌에

사용된 다양한 색상의 울 가닥들이 쓰였다. 이 두개의 인간의 형상이 만나는

지점 또한 두개의 다른 색상의 울 가닥들이 만나서 새로운 하나의 컬러로 표현되는

지점은 진정한 사랑이라는 의미가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없애는것과

동시에 휴머니티, 즉 인류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것을 상징화한다

 

 

Thread란 영어단어를 찾아보면 '실'이란 익숙한 단어의

뜻과 만나게 된다. 성경에도 말하지 않던가? 한가닥의 실은 약하지만

두개 혹은 세개가 겹쳐 꼬이면 그 끈의 강기가 세진다는 것을. 실들은 꼬임을

통해서만 그 존재의 강도를 더욱 강력하게 할 수 있다. 모든게 탈 중심과 분권화의 경향으로

중심이 무너지는 세상에서,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15개의 설치작품

앞에서 난 오늘도 고민한다. 실과 바느질로 구원할 수 있는 세상의 형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