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답 없는 패션 콜라보레이션, 그 해법은

패션 큐레이터 2013. 4. 29. 14:38

 

 

 패션 콜라보레이션 천국의 시대


패션협회에 다녀왔다. 문화부와 공동으로 패션한류 콘텐츠 융합상품 개발 및 마케팅 지원사업의 일환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패션 큐레이터인 나와 가로수길의 편집샵, 달링 유, Darling You의 장유정 대표님, 리바이스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름을 알린 홍수영 작가, 월간 디자인 편집장 전은경 선생님, 월간 아트인컬쳐 대표 김복기 선생님 등이 참석하셨다.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패션협회는 지난해에도 디자인 재단과 DDP 사업과 연계 프로젝트를 했다. 이 당시 DDP 공원에 조형물을 전시하고 큐레이팅 하는라 꽤 애를 먹었었다. 이외에도 케이팝 컬렉션 인 서울이란 프로젝트도 했는데, 이건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만큼 대중의 직접적인 아이콘을 이용해서 패션을 연계한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서 한발자욱 더 나갈 필요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디자이너의 한인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협업 동반팀 4팀을 골라 제작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고 이후 전시 및 판로제공, 베를린 프리미엄 전시회에 출품, 인디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판촉하는데 목표를 둔 것이다. 유럽에서 열리는 티라노이나 BBB, 미국의 프로젝트 쇼와 같은 판로도 고민 중이다. 이렇게 한국은 콜라보레이션이 산업의 일부로 편입된 지 오래고, 만개한 상태다. 다소 지겨울 정도로.


문제는 이런 콜라보레이션의 가치를 잘 구현해왔는가란 것이다. 여기에대한 견해는 서로 갈린다. 기업은 단발성 리미티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협업의 가치를 사용할 뿐이고, 구체적인 계약서 양식 하나 없이 국내 기업과 작업을 했다가 손해를 보는 아티스트도 부지기수다. 


단발적이다보니, 항상 이미지 중심이고, 그 중심에 서야 할 과정과 방법론에 대한 생각이 없다. 물론 이걸 운용하고 이끌어갈 브랜드 내의 매니저들의 역량도 한계 투성이고. 이번 패션협회 미팅이 그래도 나름 하나의 방향성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조금은 호응을 얻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생각대로 되서가 아니라, 모두 공감하는 바가 큰 화두에 우리 모두 동의를 했기 때문이리라.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표준계약서 양식을 만들고, 아티스트나 협업에 참가한 디자이너가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들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 한 분이 수고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앞으로 약 두 달간에 걸쳐서 공모를 할 것이고 이후 중간점검, 제품 개발 일정에 따른 진도관리도 해 나갈 모양이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콜라보레이션이란 마케팅 전략을 너무 써먹어서 진부하게 들릴 정도다. 그런데 상황은 이렇지만, 결국 그 속내를 가보면 그 어떤 프로세스나 방법론도 제대로 개발이 된 적이 없는 사회란 점. 이 나라의 문제가 항상 이거다.


뭐 하나 뜨면, 기업들은 뭐가 대세다. 이것이 살 길이다. 이것이 답이다. 하면서 우루루 몰려간다. 그 과정에서 항상 길 위에 서서 마냥 걷기만 하지, 길 위에 함께 서서 가는 이들이 어떻게 만나고 계약을 하고, 서로의 재능을 나누고,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을 어떻게 나누고 하는 식의 섬세하게 조율된 법적 문서, 양식 하나 만들어내질 못했다. 맨날 개별 브랜드의 매니저들은 인터넷 검색이나 해서 작가를 찾아내니, 맨날 하는 사람만 계속 하고, 인디의 좋은 재능이 발굴되기란 더더욱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맨날 기업강의를 가면, 본의 아니게 경영강의를 하게 된다. 매니저들 맨날 혼내게 되고. 잘 하기란 쉽지 않지만, 첫걸음을 띤 이 프로젝트, 제발 잘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번에는 나도 열심히 뛰어봐야지. 행복한 한주 맞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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