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패션매체의 후배와 오랜동안 통화를 했다. 한국에서 패션이란 개념을 좀 더 포괄적으로 다양한 측면에 결합시켜보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는 코드가 많는 친구다. 에디터 T라 불리는 그녀의 이름은 김태경, 대학 경영학과 후배이기도 하고 최근엔 <어반라이크>란 패션잡지를 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둘은 모두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의외의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어반라이크의 첫 페이지에 그녀가 쓴 편집장의 발언은 많은 걸 떠올리게 한다. "오랜 기간 잡지를 만들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 부터 시작된 라이선스 잡지에 대한 동경은 상대적으로 로컬 잡지에 대한 소외로 연결되었고 대형 출판사의 획일적인 제작방식에 점점 지쳐갔습니다. 이질감을 불러 일으키는 허세가 가득한 패션 매거진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내가 속해있는 도시에 대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메이드 인 서울의 관점으로 걸러낸 컨텐츠를 소개합니다. 최근 모 기업에서 일년에 두번 정도, 양질의 내용을 담은 패션/문화 매거진을 만들어보라고 한다. 나로서는 도전이지만 사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면 이 또한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잡지를 만들려고 해도, 정작 의상학 계는 좋은 필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모두 스타일리스트들 아니면, 하나같이 가벼움을 대충의 영단어로 포장한 에디터들이 주다. 한국에서 Fashion Theory 같은 저널을 만들려고 해도 어려운 것이, 당장 심포지움에 초대할만한 이가 많지 않다. 물론 패션계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디자인사나 미술사, 인류학, 박물관학, 비교문학을 전공하는 역량있는 학자들에게 패션담론을 담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리라. 올해는 두 개의 굵직한 패션 전시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패션과 현대미술을 결합한 전시의 형식을 색다르게 보여줄 예정이고. 패션과 영상작업, 사진등과 결합된 행사들을 만들어보려고 기획 중이다. 모 대기업에서 패션영화제를 계속해서 진행해보자고 채근하고 있다. 패션 잡지 보그나 엘르가 보여준 그런 천편일률적인 패션영화제를 넘어, 영화인을 위한 패션소재의 개발을 오히려 핵심으로 삼고 싶다. 한국에서도 영화 속 패션을 통해 한국사회의 심층부를 읽어볼 수 있는 다양성 기반의 작품들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열심히 뛰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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