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삶에서 민첩함을 키우는 방법-스피드를 넘어 민첩함으로

패션 큐레이터 2013. 4. 23. 18:21

 

 

민첩한 내가 되고 싶다....


무용을 좋아한 탓에, 발레와 현대무용을 보고 열심히 리뷰를 쓴다.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 국립무용단, 국립현대무용단까지 넘나들고 있다. 연극이나 무용이나 끊임없이 몸을 단련한다. 단련을 통해 얻고 싶은 몸의 미덕은 여러가지, 그 중에서도 민첩성은 또 다른 하나의 미덕이리라. 무용수의 몸이 반응하는 방식은 훈련을 통해 본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한다. 내가 예술장르를 통해 경영에 대한 생각을 다지는 건, 다른게 아니다. 두 가지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경영에서 '초'를 다루고 스피드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 보다 중요한 건 민첩함(Agility)이다 이는 스피드와 다르다. 민첩함은 변화에 대한 감지와 유연한 대응을 함께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상품기획을 비롯한 경영행위는 전형적인 구상노동이다. 머리를 이용한 전략기획과 의사결정이 포함된다. 그러나 한 가지 빼먹은게 있다. 소비자를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었을 때다. 그들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몸으로 전율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낸다? 이건 어불성설이다. 


민첩함은 감수성에서 나온다. 감수성은 몸과 맞닿아있다. 몸이 전율하지 않고 떨리지 않는 상품기획과 경영이론들이 판친다. MD들이, 자칭 뭐든 다한다의 약칭이라는 상품기획자들이 용을 쓰고, 소비자의 태도를 읽고 분석해서 썼다는 보고서들이 허접한 건 몸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책상머리 논리로는 사람을 못 움직인다.

우리는 스피드를 강조한다. 빨리빨리. 문제는 이 스피드는 효율성에만 치중한다는 점이다. 누군가 거대한 명령주체가 있고, 이를 따르는 이들의 반응속도에만 치중한다. 이건 자칭 거대한 주체가 무너지는 순간, 우왕좌왕의 속도로 환원된다. 우리사회가 점점 광폭한 속도의 노예가 되면서도, 변화와 반응의 흐름 앞에서 우리 스스로의 민첩성을 잃어버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게 교육받아왔고, 내가 반응하고, 타인의 반응에 또 다시 반응을 보일 훈련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첩함은 몸의 지속적인 훈련과 누적에서 나온다. 훈련이 본능이 될 때까지.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이들을 백면서생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기는 세상이 오고 있다. 동물적인 감각은 현장에서의 뼈져린 훈련과 사유, 이를 통한 몸의 반응을 누적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