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패션 저널리즘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패션 큐레이터 2013. 1. 15. 18:16

 

 

세상은 인연의 끈으로 움직인다.

 

작년 한해 제겐 재미난 인연이 많았습니다. CBS의 만사형통에 고정 게스트로 나가면서 서울의 각 대학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죠. 한번은 서울여대로 간 적이 있습니다. 방송 말미에 질문사항을 던진 학생이 있어서 방송이 끝나고 차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죠. 그때 만난 친구가 윤희란 아이였는데요. 그 날 첫 만남에 긴 이야기를 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인데다, 패션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지기도 했죠. 요즘 학생들은 MD나 바잉쪽에만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 윤희랑 페이스북으로 친구가 되고 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습니다. 저 때문에 패션에 대한 글쓰기가 흥미로와졌다고,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서요. 그러다가 지난 학기 패션 저널리즘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팀별로 주어지는 프로젝트가 패션 잡지 하나씩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저를 인터뷰하겠다고 해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카페에서 만나 지나온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저널리즘의 본질을 알고 패션을 접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우리는 흔히 특화된 무엇인가를 너무 세분화시켜서 얻어가려는 마음이 큽니다. 물론 사회 자체가 그만큼 미세하게 세분화 과정을 겪고 있기에, 각 지식의 영역도 그렇게 변해갈 수 밖에 없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을 아는 것일 겁니다. 저널리즘이란 개인의 주관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는 곳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정보제공이라고 하기엔, 글의 색채와 입장이 오롯하게 오랜 시간을 통해 베어나와야 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다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죠.


 

패션 저널리스트에게 필요한 훈련은


인터뷰 내용들은 대부분, 제가 패션 큐레이션이란 영역을 나름대로 국내에서 개척하면서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이것이 다시 패션에 어떤 식으로 접목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의상학과에서 가르치는 패션 저널리즘이 단순하게 패션잡지의 에디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교육이어선 안됩니다. 결국 편집권의 문제이고, 에디팅의 철학을 배우는 것이어야죠. 그 후에 컨텐츠도 나오고 이를 어떻게 촬영하고, 색을 입히고, 레이아웃도 잡죠. 중요한 것은 컨텐츠를 풀어갈 수 있는 전반적인 시각, 그 속에서 거대한 내러티브를 만들어 패션의 옷을 입힐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추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윤희가 이 과목 에이플러스를 받았다고 페북으로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패션잡지를 만드는 과정을 경험해 본 것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작이 곧 절반이라고 하잖아요. 아직은 학생들이 만든 잡지인게 너무나 티나지만, 그렇게 다 시작하고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지요. 학생들의 작업이 시간이 지나 프로의 손길이 되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초심을 잃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중요한 것은 글쓰기에 대한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해야 할 것들 패션을 화두로 삼아 시대를 어떻게 읽어가는가가 가장 중요하겠죠. 학생들의 작업 앞에서 저 또한 지금의 제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고, 힘을 내어 가보기로 합니다.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에서 멋진 전시를 하려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가방 디자이너 조명희 선생님과 한국의 장인들을 모아, 지금껏 해석하지 못했던 혹은 다양하게 시도는 했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던 우리들의 문제점과 화두에 대해 풀어볼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제목과 방법론, 기술은 천천이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패션의 아카이브와 박물관, 그리고 다양한 매체 작업 등 바야흐로 패션에 대한 생각을 풀어가는 방식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이 분위기를 만들기위해 최선을 다해온 제가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나가야 겠지요. 힘을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