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아트피아 강의를 마치고 박동준 선생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지난 10월 디자이너 40주년 기념 파티에 초청장을 받았지만, 대학패션위크의
심사위원으로 가는 바람에 도저히 모임에 참석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죄송함도 조금
덜고, 디자이너 선생님하고 이야기도 하고 싶기도 했고요. 갤러리 분도에 걸린
미술작품도 함께 보고 싶었고, 이런 저런 목적이 아주 많았습니다.
현대미술의 열렬한 컬렉터이자, 스스로 미술교육으로 박사과정을 하셨던
이력답게 디자이너는 누구보다 서구의 이론화 작업에 관심을 가졌고, 자신의 복식
미학에 대해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지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저는 그런 면모가 참 좋습니다.
자신이 모은 자료들을 학생들을 위해 공개하고 아카이브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계시죠.
갤러리 분도를 운영하면서 대구 지역의 아트페어를 운영하시기도 했습니다.
시즌이 벌써 바뀌다보니, 지난번 찾아뵈었을 때와 달리 새로운 상품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몇 컷 찍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40주년 파티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이 사진작가
오상택 선생님과의 작업이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작가에게
이미 한국적인 것의 정서는 강남이란 메트로폴리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는 지금껏
지켜봐온 작가주의 사진작업과는 다소 다르게, 중간예술로서의 사진의 역할과 미학을 신봉하는
분입니다. 작업을 취미처럼 즐기면서 행복하게 이끌어가는 것이죠. 사진도, 그 탄생시절
인상주의 화가들이 회화의 목적과 존재론을 물었듯, 영상이 넘치는 시대, 다시 한번
사진은 그 작업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사진을 하는 이들과 스스로를
구분시켜야만 전문가로서 오롯히 설수 있기에 그렇겠죠.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마음의 짐을 던지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작업합니다.
이번 작업의 제목은 『(UN)Necessaries』입니다. 옷장 속에 소롯하게 설린
여러 벌의 옷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꿔입고 때로는
유행이 지나갔다는 이유로 버리기 급급한 사물일까요? 꼭 필요한 생필품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계급을 드러내는 사치품이기도 하지요. 교환가치로만 부유하는 현대의 물신주의를 비판하는
오상택의 작업에는 옷장에서 부유하며 춤추는 옷들의 형상이 가감없이 나타납니다.
옷장 속에 있는 옷들을 찍었을 뿐이지만, 왠지 모를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익숙하지 않은 낯섬. 작가는 회화작품처럼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의 감광면에
구성적 과정을 더하고 유화나 아크릴 소재로 그릴 때의 이미지를 키워서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사진 속 오브제들의 비율 또한 증폭되어 있죠. 이것은 가상의 옷장입니다. 그 속에서
실물의 옷이 결합하며 일종의 조형공간을 만드는 것이죠. 신선합니다.
마치 옷장이 역사를 기록하는 아카이브처럼 느껴지지요.
이번에 전시하고 나서, 바로 작가에게서 작품을 구매하셨다네요.
컬렉션 소장품이 또 늘어나셨습니다. 현대패션은 항상 미술로 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섭취해 왔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하나같이 열혈 미술 컬렉터인
경우가 많지요. 두 세계가 하나의 세계를 꿈꾸기 때문이겠죠. 바로 아름다움.
이번 대구 아트페어 끝내고 나서 꽤 앓으셨다고 하더라구요. 갑상선
기능 저하로 건강 전반이 힘드셨답니다. 너무 많은 일을 하셔서 그런것이죠.
그 와중에 디자인 작업 하시고, 책 저술 작업도 준비하고 계시더라구요. 부디 건강
유지하시고, 앞으로도 꾸준히 문화예술계의 서포터로 활동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디자인은 세월을 결을 빗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 배후에는 작업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이
관건이지요. 사실 저도 몸이 별로 좋질 않다보니, 선생님의 건강 소식이 남의 일처럼 느껴
지지 않는 것입니다. 2012년 한해도 이제 마지막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네요. 다가오는
해에는 더욱 건강에 신경 쓰고 더 멋진 글과 생각으로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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