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책을 번역하며......
오늘 출판사를 통해 받은 또 다른 한권의 책. 전 FIT의 가죽 패션 디자인 교수인 프란체스카 스텔라치가 쓴 <Leather Fashion Design>이다. 올해 두 권의 책을 번역했다. <불멸의 보석>과 <패션 디자인을 위한 색채기획>이다. 내년 초부터는 바로 단행본 작업에 들어가서 세 권의 책을 연달아 내놓을 생각이다. 이틀 전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촬영을 했다. 7회 차에 얼굴이 비춰질 것 같다. 방송작가들이 패션의 제국 블로그를 참조해서 많은 대사들을 쓰다보니, 이날 촬영할 때 두 명의 작가가 글 인용 허락을 위해 전화를 걸어왔다. 흔쾌히 허락해주었고 드라마에 블로그 이름과 책을 명기해 달라고 했다. 기분이 좋다. 패션이 좀 더 깊은 사회현상의 일부로서, 드라마의 옷을 입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옷과 함께 내면이 성장하는 사회다. 이제 좀 더 스마트하고 현명한 패션의 소비를 위해 럭셔리를 제대로 공부할 때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 블로그와 강의, 방송 등 열심히 뛴 보람이다. 이럴수록 이론 공부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론은 항상 실무와 현업의 제약요소를 고민하고 두 세계를 연결 할 수 있는 연결핀이 되어야 한다. 이론을 위한 이론, 그저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조절된 이론은 별로 도움이 안된다. 이 땅의 의상/의류학 교육을 비난하는 많은 이유 중, 정작 한 벌의 옷의 가치를 알지 못한채, 그저 패션 마케팅 분과에 대한 과다한 관심이 쏟아지는 이 상황은, 한국적 패션산업 상황에 악영향만 끼친다. 그렇다고 정작 디자인은 잘 가르치나? 디자인 과정을 가르치는 교수 중에 현업 경험이 없는 이가 왜 이렇게 많은지. 한국 패션이 온통 SPA와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 장악 당해도, 학교만큼 이에 대해 반성을 안하는 곳도 없다. 기존모델로는 이 땅의 패션을 부활시키기 어렵다. 자기네들끼리 뭉친다고 해봤자 그 밥에 그 반찬인 과정이 반복되는 악순환. 참 끊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Leather Fashion Design은 실천형 이론책이다. 제품을 만드는 실제기술을 다룬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 교보를 비롯하여 패션섹션에 가면 이런 책들이 없다. 그만큼 이 땅의 패션 부문은 텍스트가 뒷받침이 안되는 웃기는 구조를 갖고 발전하고 있다. 이건 자칭 학계를 구성한 이의 노력이 없다는 방증이다. 하나같이 교수란 자들이 철밥통이란 믿음을 갖고 살기에 이런 현상이 빚어진다. 그러니 학생들은 의상학을 전공하고 나서도, 졸업 후 실무를 배우기 위한 기관에 다시 들어가 공부를 한다. 맨날 말로는 학계와 현업과 실무를 연결한 교육을 말하지만 학교는 절대로 이런 서비스를 베풀지 않는다. 그런 여유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이번 Leather Fashion Design은 스웨이드를 비롯한 가죽 소재를 고르는 법에서 부터 무두질 과정, 가죽 패션의 역사, 디자인 과정, 제조 지시서를 만드는 방법 등 다양한 교과서적인 실제 과정을 다룬다. 학계의 이들이 종종 내 비판에 입이 뿌투룽해져서 변명을 하긴 한다. '이런 내용들 대학에서 현업 분들 모셔다 가르친다고' 다시 말하지만 텍스트로 정리되어 가르치지 않으면 그런 교육은 그냥 일회성으로 끝나고 만다. 텍스트의 중요성을 몰라도 너무나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란체스카 스텔라치는 샌프란시스코의 예술대학 아카데미에서 패션을 가르치고 있다. 예전 뉴욕의 저명한 패션 스쿨인 FIT에서 가르치기도 했다. 그녀는 가죽 의상 디자인 과정의 인증서를 발부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이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그녀 자신이 여전히 패션 디자이너로서 가죽의상을 디자인하고 헨리 벤델이나 삭스 핍스, 바니 뉴욕, 니먼 마커스와 같은 백화점에서 팔고 있는 현업멤버란 점이다. 이런 점이 참 부럽다. 우리 나라의 현업 디자이너들은 책을 쓸 여유가 없고, 설령 있다고 해도 그 깊이가 현저히 떨어진다. 하긴 패션 선진국과의 일대일 대칭 비교는 무리다. 그러나 그렇다고 지켜볼수만 없지 않은가? 우리에겐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니 말이다. 힘을 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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