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핑크빛 인생을 꿈꾸며-엘자 스키아파렐리를 번역하는 시간

패션 큐레이터 2012. 12. 28. 19:21

 

 


1920년대에 시작되어 40년대 중반까지 참 기나긴 패션의 역사를 사로잡은 여인, 패션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 달리와의 인연을 통해 초현실주의 사조를 패션과 결합하여 당대 굳은 패션의 사유를 한층 더 유연하게 만들었던 여자, 스키아파렐리. 그녀의 자서전 『쇼킹 핑크』를 번역하려고 합니다. 시공사에서 올 해 겨울 쯤 나올 듯 합니다. 번역을 서둘러 달라지만 이 책 외에도 4권의 번역서가 밀려있고, 3권의 단행본도 내야 하는 저로서는 정말이지 살인적인 스케줄임에 틀림이 없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키아파렐리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단순하게 복식사적 가치를 넘어서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패션에 대한 생각의 얼개를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코 샤넬에게 패션의 미는 결국 인간의 본질을 덮는 심플리시티에 있듯, 스키아파렐리에게는 인간이 때로는 대담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태도에 있다고 믿었던거 같습니다. 그녀가 사용한 쇼킹 핑크과 블루를 비롯하여 당대 다다이즘을 비롯한 양 세계대전 사이에서 패션을 통해 세상을 읽어온 한 디자이너의 삶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올해 여러분이 계셔서 참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랜동안 쉬었던 단행본 작업을 속속 해내려고 합니다. <패션의 사회사> 3부작과 <샤넬 미술관에 가다>도 증보와 함께 문학동네의 아트북스에서 새롭게 선보일 것입니다. 이외에도 <패션의 심리학>을 다룬 야심작도 선보일 것이고요. 원고를 다 써놓고도 일종의 정신적 분위기가 무르익을때까지 항상 기다리는 조심스런 저자의 습성 때문일 것입니다. 패션이 단순히 센스와 감각만으로 이뤄진 세계가 아니라, 무엇보다 당대의 생각의 구조를 외양의 문법을 통해 풀어낸 지의 세계임을 천명하는 내년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너무나 일천하기 그지없는 이 땅의 서양복식사 연구가 콘텐츠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