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라우렐 코리아 기업 특강-쉬크는 나라마다 다르다

패션 큐레이터 2012. 12. 18. 21:43


오늘 국도호텔에서 열린 라우렐 코리아의 송년파티에 다녀왔습니다.

독일패션 브랜드 라우렐 직원들을 위하여 짧은 한시간의 강의를 마쳤습니다.

복식사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제 조금 지겨워질 만도 한데, 할 때마다 새롭습니다.

우리가 흔히 쉬크(Chic)라 말하는 패션의 표제어는 나라 별로 상이하고 그 가치 기준도

달라집니다. 그만큼 고유성을 갖고 진화해온 영역이자 식별의 부호인 셈입니다.



팀장분께서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시고 나타나셨더군요. 

직원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좋습니다. 하긴 모두다 송년의

시간을 보내는 요즘, 예전같은 성탄절 느낌은 나지 않더라구요. 캐롤이며 설레임

이런 것들이 언제부터인가 많이 얼어붙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직원들이 나눠준 헤드 피스를 머리에 하고 강의를 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걸 이야기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지평이 넓어질 때 저는 행복합니다. 대학에서조차도 복식사 전공자가 나오지 

않는 요즘 서양이든 한국이든 복식사 연구가 찬밥입니다. 이들은 그 영역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에 애걸하고 싶지도 않고요. 저는

그냥 그 가치를 제가 하는 일에 이용하고, 기존의 패션계가, 툭하면 아는 척 잘하고 

뻐기기 잘하고, 있는 척 해대는 집단이어서, 신조어 하나뜨면 다 자기 이름 

앞에 같다붙이고 쓰는 걸 좋아하는 상당히 가벼운 족속들인 걸 알면서

도 저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조금씩 변화 시켜 나가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넓은 폭의 변화가 있겠죠.



오늘 아쉬운 것은 시간이 모자라서 중세 고딕 시대의 

독일화에 나타난 현대적 느낌의 패션들을 한번 살펴보지 못한 

것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모두 유럽의 국가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쉬크의 가치는 지리적으로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문화인류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보면 얻을게 참 많이 있습니다. 



패션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이 좋습니다. 지금은 당장

이것이 익숙하지 않고, 그저 매체에서 다루는 방식으로서의 패션에만 급급하게

따라가고 있지만, 우리들은 진화하고 있고, 우리의 지식과 태도, 정서의 구조 또한 이와

함께 변화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서구가 동양에 환상을 덧입히고 빠져들었듯, 우리 또한 서구의 

매력에 빠져 살았습니다. 어느 누가 더 우월하다의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나눔으로써 

서로가 갖지 못했던 또 다른 차원의 꿈을 함께 꾸는 것이지요. 이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