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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한류, 세계를 향해 가다-케이패션 영문판 출간 후기

패션 큐레이터 2012. 12. 29. 16:22


 


케이패션, 런웨이를 걷다

 

이번에 K-FASHION Wearing a New Future란 책을 발행했습니다. 이 책은 문화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과의 협업을 통해 쓴 책입니다. 최근 한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커지며,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현대적 이해를 돕기 위해 클래식, 팝, 영화에 이어 패션판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한국패션을 다룬 영문판 자료들이 거의 전무하기에, 이번 계기로 힘들지만 써보기로 하고 도전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해외공관 및 해외 문화원과 패션관련 기관에 비치할 자료입니다.



부족하지만 부족한대로, 한류와 한국현대패션의 영향관계, 흐름과 앞으로의 전망을 정리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현대패션의 본질을 현대복식사적 관점에서 100년이란 짧은 시간 속에 정리해 낸 점입니다. 요약정리에 불과하지만, 저로서는 앞으로 이 부분을 확대해서 일제강점기 시대를 다룬 다양한 자료들과 신문 영인본을 통해 다시 밝혀내어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여기에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 디자이너 10인을 넣었습니다. 물론 10인을 선정하는 부분은 쉽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기준과 정량적 분석, 한류의 흐름에 맞는 특성을 가진 디자이너를 골랐습니다. 저자의 입장에선 많은 디자이너들을 소개하고 싶지만, 지면상 다루지 못해 아쉽기만 합니다. 1990년대 초반 오로지 오뚝이 정신 하나로 파리에 진출하기 위해 도전했던 1.5세대 디자이너 선생님들의 역사를 짧게나마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어 이신우, 진태옥, 설윤형 선생님을 비롯 함께 했던 디자이너들의 파리진출기와 그들이 모티브로 사용한 한국적 문양과 패턴이 들어간 이미지도 삽입해 넣었습니다. 


이상봉, 이영희, 손정완, 우영미, 문영희, 이진윤, 두리정, 김혜순, 이겸비, 조명희. 이렇게 10명의 디자이너를 넣었습니다.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 선생님의 영화 및 드라마 의상을 소개했고, 구두 디자이너 이겸비와 가방디자이너 조명희 선생님의 작업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패션에 대한 책들이 워낙 없다보니 대부분 패션이라고 하면 옷을 중심으로 서술되기 일쑤여서, 이번에는 패션계의 다른 세분화된 영역의 디자이너도 함께 포함시켰습니다. 



3부는 한국의 패션시장과 스트리트에 대한 내용입니다. 단순히 관광 가이드풍의 서술을 넘어서, 우리시대의 스트리트가 패션이란 문화적 현상을 어떻게 확산하고 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인문지리와 문화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서울의 패션 거리의 풍경을 소담하게 담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지금껏 이 땅에서 학자들이나 각계 전문가란 분들이 영문으로 소개하는 한국에 관한 책들에는 왠지 모를 부족함이 항상 자리했습니다. 단순사실을 나열하는 것에서 부터, 적확하지 못한 번역으로 인해 의미가 왜곡되는 경우도 많았지요. 갇힌 서술의 방식에 빠진 전문가가 많았습니다. 가수 싸이의 열풍이 새롭게 규정해낸 이 땅의 한류의 바람에 패션계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한국적 미가 옷을 통해 세계 곳곳에 기지개를 틀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와 사유를 요구합니다. 적어도 이 땅의 한국패션계는 이러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안일한 패션계 내부의 저널리즘과 학문적 바탕의 부재로 인해, 한국사회의 무늬를 읽어낼 렌즈를 옷을 통해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작은 한 권의 책이지만, 이 책을 통해 세계가 한국패션의 작지만 기억해야 할 부분들을 반드시 알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패션시장과 디자이너들에 대한 책을 쓰려 합니다. 세계적인 예술/디자인 출판그룹에서 이번 케이패션의 영문판을 보고, 확장된 디자이너 앤솔로지를 만들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구두와 가방을 비롯한 패션의 세분화된 영역의 작가들의 도록과 단행본도 영문과 국문, 중국어로 함께 내 놓을 준비를 하고 있지요. 2012년의 마무리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합니다. 뭐든 기적은 작은 씨앗에서 부터 시작되는 법입니다. 우리 패션을 소개한 영문자료 하나 없는 이 불모의 영역에서, 한국적 쉬크가 패션을 통해 날개를 다는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