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패션 기업 (주)보끄레머천다이징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2회에 걸쳐 패션의 역사와 함께 한국적 전통을 서구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디자인 전략과 생각의 방식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5시간에 걸친
꽤 긴 시간의 강의였지요. 항상 제 강의는 현실에 뿌리를 두되, 서구의 방식들과 그 궤적을
함께 살펴보며, 현재 시장에서 그들의 문법에 맞추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지적하는데 꽤 긴 시간을 할여합니다. 일종의 컨설팅형 강의가 되지요.
가수 싸이의 인기와 더불어 패션에도 한류의 바람이 분다고
사람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실제로 그런지 그 실체를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요소들이 숨어있지요. 항상 유행이란 단기와 중기, 장기에 걸쳐 그 효과가
입증되어야 하기에, 더구나 이런 단순 유행이 한 나라에 대한 관심과 미감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려면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케이패션 영문판을 쓰면서 시종일관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90년대 초반, 파리를 향해 도전했던 우리시대의 패션 디자이너 1세대
선생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기록을 뒤져보고, 신문 아카이브를 하나씩 살피며
그들의 노력을 정리해보려고 노력했죠. 한복에서 출발한 디자이너 이영희 선생님의 작업은 이제
한복을 넘어 패션디자인의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그의 해체작업은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점은 있지요. 우리는 지나치게 우리 것을 고집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한국 디자이너들의 자국 문화를 모티브로 쓰는 비율이
세계의 디자이너들에 비해 과하게 높습니다. 이런 문제는 고쳐야죠
우리의 전통을 현대화하는 작업, 디자인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어
내기 위해서 뭐가 필요할까를 고민합니다. 강의 5시간은 바로 이러한 제 자신의
갈증을 풀어내기 위해 생각한 것들을 나눈 시간들이었습니다.
보끄레 직원들이 어찌나 열심히 들어주던지, 강의하면서도 힘이
되었습니다. 한국적 쉬크를 탐색하고 이를 시장화하려는 노력이 산업계
전방위에서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든 그런 꿈을 꾸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저이고요. 이날 함께 해준 보끄레 직원 여러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싸움을 위한 터전을 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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