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하이힐을 빚는 남자, 브루노 프리소니-여성의 섹시미를 조형하는 기술

패션 큐레이터 2012. 10. 16. 06:00


저는 구두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에 완성한 K-FASHION 영문판 원고에 

성수동 제화거리를 소개하기도 했고, 그 속에서 일하는 구두장인들과의 인터뷰를 

조금씩 싣기도 했습니다. 한국에도 수제화를 하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있죠. 지난번 소개한 

이겸비 디자이너나, 왓아이원트의 오경희실장, 구두 순 매출로 왠만한 중소 패션회사를 능가하는 

슈콤마보니의 이보현실장도 있고요. 다들 블로그와 페이스북으로 만나서 이야기도 나우고 구두에 대한 생각도 

듣고 합니다. 저 서재에는 구두 디자이너들의 도록이 많습니다. 최근에 나왔던 크리스천 루부탱의 도록에서 살바토레 

페라가모 뮤지엄의 도록과 그의 작품집, 이외에도 베스 레바인과 같은 고전적인 구두 디자이너의 작품집도 

갖고 있죠. 구두 디자인의 첨단을 걷는 이탈리아에서 발행하는 슈즈 디자인 매거진도 함께 받아보고 

있는데요. 이러다보니 어쩔땐 구두제작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해봐요.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그냥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해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몫이다 라고 생각라고 말죠. 이 또한 가치있는 일이고요.


현대 구두디자인의 정상들을 모아놓은 <New Shoes Design>을 읽으면서

이 책에 소개된 26명의 디자이너들의 면면을 읽어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예전부터 

좋아해온 프랑스의 구두디자이너 브루노 프리소니의 작품들과 설명이 있어서 더욱 좋았네요.

브루노 프리소니는 이탈리아 부모 아래 1960년 파리에서 출생한 세계적인 구두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그의 장식적인 구두의 면모를 좋아했죠. <샤넬 미술관에 가다>에서도 구두 항목에 그의 실제 작품 

사진을 넣을만큼 그의 구두는 매우 로코코 시대의 절대적인 여성성을 드러내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그는 디자이너 장 루이 쉐레와 메릴 랑방,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와

함께 작업을 했고, 이후 트루사디, 지방시, 이브 생 로랑, 리브 고슈와 

같은 브랜드의 구두 컨설턴트로 활약을 했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그의 구두는 오트 쿠튀르적인 성향이 강하죠



그래서인지 그는 인터뷰에서도 "저는 디자인을 할 때 실루엣을 먼저 

그립니다. 형태와 구조는 부차적인 관심이죠. 제가 찾고자 하는 얼루어, 매혹의

느낌을 투사할수 있는 실루엣을 찾고 여기에 장식을 덧붙입니다. 그 이후에 저는 형태에 

도달하죠.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 제 컬렉션 전반을 지배하는 강력한 선을 만들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2004년 구두 브랜드 로저 비비에의 아트 디렉터로 활약하면서 스틸레도 힐의

황제라 불리는 로저 비비에의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프리소니의 많은 작품의 영감이 실제로는 로저 비비에로 부터 시작된다고

그 자신도 말하고 있을 만큼, 그는 그의 영향력을 재해석 하는데 

주력했지요. 오마주에서 창조를 향한 동력을 찾은 것이죠.






로저 비비에는 구두 디자인의 역사에서 최초의 것들을 만들어낸 전설이기도

했습니다. 1954년 결투용 단검의 이름을 딴 스틸레토 힐을 만들었죠. 다리의 곡선을 가장 

아름답게 방점을 찍어주는 여성의 매혹기제를 만든 장인입니다. 이런 비비에의 세계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끊임없이 극도의 여성성과 장인의식을 결합시키는 브루노 프리소니의 작품은 제 관심

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자연스러움 대신 인위성의 매혹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디자이너.

브루노 프리소니, 오늘도 그가 발표한 2013년 구두 라인을 보며 침흘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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