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영원한 섹시의 아이콘-마릴린 먼로와 패션의 세계

패션 큐레이터 2012. 9. 25. 06:00


오늘 밤 11시 MBC 라이프 <히스토리 후>에서 마릴린 먼로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합니다. 방송을 위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마릴린 먼로의 패션과 그녀의 섹시미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국의 팝아트에 미쳤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마릴린 먼로하면 떠오르는 것이 영화 속 의상입니다.

물론 그녀의 화려한 화장법도 한몫 하겠지요. 제가 보이겐 아마도

1959년 바비의 탄생에는 마릴린의 이미지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독일 위안부 인형을 본뜬 것이란 충격적인 설이 있긴 하지만요. 그녀가 즐겨신었던

하이힐은 바로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번 페라가모 뮤지엄에선 그녀를 기념하여 

그녀의 패션과 하이힐에 대한 대대적인 전시를 했습니다. 박물관 디렉터 스테파니 리치와 

미술평론가 세르지오 리잘티가 함께 기획한 이 전시에서 그들은 30여 켤레의 하이힐

그녀가 입었던 50여점의 눈부신 드레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1950년대, 마릴린 먼로는 2차 세계 대전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제부흥을 위해 일하는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이미지

였습니다. 바야흐로 헐리우드산 글래머의 탄생이지요. 물론 1930년대 그레타 가르보를

비롯한 위대한 여배우들이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배우들의 팬 층은 남성이 

아닌 여성들이었습니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그녀들의 스타일을 따라잡으려

노력을 했죠. 메이컵에서 부터 체형과 분위기에 이르기까지요. 



사진의 오른쪽, 그녀가 영화 속에서 신었던 레드 하이힐이

보이는군요. 영화 <신사를 금발을 좋아한다>에서 신었던 하이힐입니다.

그녀의 말처럼 '하이힐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여기에 

큰 빚을 지고 있다'라는 말을 남길 만큼, 하이힐은 전후, 칙칙했던 전쟁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여성성을 만들어 산업과 소비에 연계시켜야 할 자본가들에겐,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축복'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차대전 화학전에 사용된 기술은 고스란히, 여성들의 메이크업을 만드는데 사용되었고 

이로 인해 눈썹화장과 립스틱 제품은 불티나게 되니까요. 산업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이용해

그 내부적인 모순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발전의 궤도를 걷게 됩니다. 아이러니하죠.



마릴린 먼로를 기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6월 19일 문을 열었죠. 도록을 

보는 시간, 정말 그녀의 이미지를 담은 미공개 사진과 영화 클립, 곡선으로 충만한

패션, 섹시한 슈즈에 눈길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그녀의 사후 50주년 기념 전시라고 할만큼

당시 인공염색으로 만든 화려한 금발 미인은 고대 르네상스 도시의 한 면에 자리한 박물관에서 현대 

순수예술작품들과 어우러져 한편의 서사시를 쓰고 있습니다. 그녀의 전시는 단순하게 다큐적인 

성격을 넘어, 로코코 시대의 거장 프랑수와 부셰가 그린 관능적인 누드화와 함께

그녀의 사진이 병치되고, 1820년대 '잠자는 님프'의 조각상을 먼로의

모습과 함께 위치시켜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켰습니다. 



어찌보면 마릴린 먼로는 헐리우드의 스타 시스템이 만들어낸 

조형된 이미지이지만, 이때 자리잡은 섹시한 미인의 도상적 이미지는 

지속적으로 변주되며 시대의 섹시함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섹시함이란 단순히 섹스어필의 힘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전시회에서 보듯 그녀의 이미지는

그 예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미인도와 함께 하고 있죠. 그만큼 

결국 미인도란 것도 어느 시대나 공통의 분모가 있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금발, 깨끗한 피부, 도톰한 입술, 짙은 눈썹과 같은 외양의 문법이죠.



이번 전시에서 뉴욕 7번가 페라가모 매장에서 그녀가 주문했다는 구두의 

전표를 봤습니다. 손으로 꼼꼼하게 주문내역을 정리해 올린 것이 흥미롭더라구요.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1950년대 초유의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백화점에서는

수많은 복제상품들이 질펀하게 깔리고, 대량소비의 본격적인 토대를 이끌고 있었죠. 하지만 안타깝게

영화계로서는 슬픈 시대였습니다. 컬러 텔레비전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더이상 극장에 가지 

않게 되면서, 영화산업은 다시 한번 관객유입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했죠. 와이드 스크린

을 만들고,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적 가치를 배양할 '미인의 모습'을 통해 

남성 관객들의 소비를 끌어내야 했습니다. 바로 마릴린 먼로였지요. 



뭐든 패션에 미친 셀러브리티의 영향력을 찾자고 하면 한도 끝도 없지요.

우선 화장법과 옷에 대한 착용 스타일이 그녀를 따라갈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마릴린을

둘러싼 말들 중에, 사실 그녀의 본질을 제대로 읽고 해석하는 말이 없음이 아쉽습니다. 과연 그녀는

정말 머리가 텅 빈 금발이었을까요? 물론 한편에선 그녀가 제임스 조이스를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 철저한 자신의 이미지업을 위한 설정이었다는 말도 하지만요.

메소드 연기를 익히고, 나름 배우로서 최선을 다한 생을 살았던 여자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이야 말로 상품의 가치로 살아야만 하는 

그녀가 남자들의 시선 속에서 진심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년 1월까지 피렌체의 페라가모 뮤제에서 하는 이 전시.

어떻게서든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요즘 패션전시 밑그림 그리고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데요. 한국도 여배우의 패션을 한번 다룰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이를 위한 밑작업에는 시간이 걸리겠죠. 한국의 근대 패션사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될테구요. 오늘 저녁 MBC 방송 지켜봐 주세요. 


Photography Courtesy By Salvatore Ferragamo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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