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나 할까 합니다.
다가올 9월 13일 구로 디큐브와 CGV에서 국제 초단편영화제가
열립니다. 여기 초청작이 두 편입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사랑의 묘약>
이란 작품인데요. 이 작품이 영화제 초청작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이 작품에 출연을
했습니다. 비록 단역이긴 하나, 영화 후반부에 확실하게 얼굴을 각인시켰네요.
게다가 역할도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 상 꼭 필요해서, 저로서는 아주
촬영 시작에서 마칠 때까지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김현규 감독은 제가 자유예술캠프에서
영화 속 패션을 강의하던 때 만났습니다. 이미 이때도 시나리오
작업으로 잔뼈가 굳은 심지곧은 작가였는데요. 이번 작업 하면서 사실 저는
혜화동에서 제가 예술감독을 맡은 연극 <서정가>에 나오고 있었고 영화 출연에 대한
제의를 받은 건, 연극공연이 끝나기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혜화동으로
친한 분들이랑 한예종 자유예술캠프 분들을 불렀거든요. 끝나고 전광수
커피점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 갑자기 이 영화를 해보라고
감독님이 그러셔서, 처음엔 그냥 가볍게 알았어요 라고
대답을 했지 뭐에요. 그런데 약장수 역이래요.
영화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합니다.
다 말씀드리긴 어렵고, 이혼을 앞둔 부부가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만나러 집으로 왔고, 아내는 그를 위해 멋진 저녁을 차리지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작은 소극이지만, 왠지 모르게 잔혹하면서도, 끝에는 따스한
느낌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관계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영화가 될테니까요. 저도 찍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히힛, 저의 손이 보이는 군요. 사랑의 묘약을 들고 있는 저 묘한
손놀림, 저 약에는 뭐가 들어있을까요? 그날 촬영하면서 스태프 분이
이야기 해 주셨는데 그건 비공개 할랍니다. 패셔너블한 느낌을 원하신다고 해서
선글라스도 끼고, 호피무늬 셔츠도 입어주시고, 아주 난리가 났었네요.
약의 기능에 대해서는 소개하면 안됩니다. 이 극의 이야기에
굉장히 큰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여기서 할 수 없습니다.
새벽 5시에 서둘러 차를 몰고 성신여대 앞의 작은 바에 갔습니다. 거기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촬영팀이 많이 늦어져서 거기서 2시간 반 정도를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대본 보고, 외우고 다시 연습하고 뭐 그랬습니다. 아무리 단역이어도 주연이 된 것처럼
연습하고 무대에 서자가 저의 신조랍니다. 한 꼭지의 글을 쓸때와 동일한 마음이죠.
하여튼 이번 국제초단편영상제는 두 배우 분의 귀한 재능기부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할 모양입니다. 이번 <사랑의 묘약>에 동참해주신 배우
염정아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흔쾌히 허락해주셨다고 하더라구요. 이 자리
를 빌어 저 또한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멋진 배우와 함께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는 영광을 누
렸으니 말입니다. 더불어 함께한 제작팀 스태프들도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력이 꽤 좋더라구요. 그래서 화면도
기대가 된답니다. 이번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는 2009년 출범한 이후 참신한 단편영화 감독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그 명칭을 'E-Cut 감독을 위하여'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편당 4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해 주었는데요. 놀라운것은 예전 영화사를
다닐때와 정말 다른 시스템을 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아리플렉스 카메라와
필름으로 운용되는 제작현장에 있었던 저라서, 모든게 디지털화 되고, DSLR을 가지고 영화를
찍는 시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뭐 저야 기계치라 더욱 그랬을수도 있고요. 하긴 이 영화제의 모토가
'모두가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입니다. 사실 그렇죠. 영화는 결국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풀어가야 할
이야기가 더 핵심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짧은 단편의 흡인력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래서 출연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동참할 수 있어서 더욱 기뻤네요.
서울 지하철, 메트로에서 영화를 상영한다고 하니, 길 지나다가 제 얼굴
보게 될까 딱히 놀랍기도 합니다. 그래도 신났어요. 9월 13일
구로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시작합니다. 많이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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