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패션 인사이트>지에 시몬느 핸드백 뮤지엄의 개관 의의에 대한 소고를 하나 써서 발표했다. 최근 문광부와 지경부에서 패션 박물관을 짓는 문제로 자문위원으로도 다녀왔다. 앞으로도 관련 일들로 인해, 마실 다닐 일이 늘것 같다. 그만큼 박물관을 짓는 문제가 현실성을 갖는 화두가 되었다는 점일 거다. 중요한 것은 누가 하니까 따라하는 박물관을 지어서는 안되는 것이고, 적어도 패션이란 영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 지를 규정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점일 거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로수길에 자리한 핸드백 박물관은 그 의미가 크다. 세계 최초의 테마형 박물관이다. 럭셔리 및 디자이너 핸드백을 제조하는 기업에서 전문적인 패션 큐레이터와 3년 간을 공을 들여서 제대로 된 소수정예 컬렉션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패션 뮤지엄 건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의상학계에서 은퇴를 앞둔 이들이 자신의 행보에 도움이 되나 싶어 기웃거리는 걸 보게된다. 말이 이뻐 학계의 어른이지, 학문적 성취도 미비하기 그지없고, 박물관학과 패션 큐레이터십에 대한 깊은 안목도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학계의 어른입네 어쩌네 하면서 끼어들어 한 자리나 해보려고 달려드는 걸 볼 때마다 안스럽다. 패션 박물관을 비롯, 다양한 테마형 박물관이 세워지기 어려운 건 이런 이유다.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이들. 공무원과의 커넥션을 갖고 있는 학계의 고질적인 병폐. 이것이 건강한 유물의 컬렉션을 막고, 운용을 버려놓는다. 그런 점에서 시몬느 핸드백 뮤지엄은 초기부터 이런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외국의 패션 큐레이터와 손을 잡고 준비했다.
런던 컬리지 오프 패션에서 패션 큐레이터십을 가르치는 주디스 클락이 자신들의 헌신적인 팀과 함께 손을 잡고 세계적인 경매시장, 크리스티와 소더비를 비롯, 유럽의 명망높은 컬렉터들을 찾아다니며, 지금 핸드백 뮤지엄의 소장유물품목들을 구축한 것이다. 이런 노력 위에서 패션의 박물관은 성립된다. 핸드백의 디자인과 역사를 공부하고, 그 형태를 세밀하게 마음에 담을 수 있있는 장소. 아카이브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소규모 전시장이나마 생동감 있는 전시들을 선보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일은 또 지방에 설치될 섬유 박물관 건으로 관련자들과 만나 회의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다. 다른 욕심은 없다. 쓸모없는 욕심을 가지기엔, 나는 미술 컬렉터로서, 패션의 역사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연구자로서 지금도 많은 걸 얻고 살았다.
내가 학계에 있는 자들을 싫어하는 건 다른 이유가 없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하찮은 지식으로 무장을 하고 학위를 빌미삼아 공무원과 결탁하고, 학위를 무기로 선취권을 얻는 사회의 표정을 그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사업가로서 항상 능력과 현실감각을 가진 이들을 등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렇다. 이것은 비단 사업을 운용하는 미덕이 아닌 미술품을 컬렉팅하고 옷을 사입하는 원칙과도 연결된다. 나는 한국사회가 많이 투명해졌다고 믿고 싶다. 내가 그들이 활동하는 이너서클로 가서 균열을 내고, 불투명성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노력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패션처럼 다양한 원칙이 결합되어야 작품이 나오는 영역일수록, 자칭 한 분야에서의 연구로 학위를 가진 상상력없는 자들이 담론을 만들지도, 전시를 만들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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