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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위한 변명-디자인문화재단 포럼에 다녀와서

패션 큐레이터 2012. 7. 28. 12:07



디자인 문화재단이 주체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활성화 방안

포럼에 다녀왔다. 포럼이라고 해봐야 4명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현재의 문제점을

되짚고 일명, DDP 공간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는 무겁다.

오세훈 전임시장의 전시행정이 뿌려놓은 씨앗의 뿌리는 상당히 깊다. 우리는 그 실패의 

눅눅한 자리에 충분히 앉아보았고, 그것이 서울시의 재정을 얼마나 파탄내고

디자인이란 행위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불러일으켰는지 잘 알고 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 이번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주최한 

<건축의 비건축, 비건축의 건축> 포럼에서 패션과 건축의 연계성에

관해 설명했다. 무엇보다 역사성을 통해 패션과 건축의 실루엣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 지 사례들을 들어 풀어보았다. 이 문제에 대해 자주 등장하는 사례의 주인공은 최근 

랜드스케이프 건축과 더불어 회자되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다. 이라크 출신의 여성 건축가로

독창적인 건축의 실루엣을 보여준다. 유기적이거나 예각적인 선들의 결합으로 이뤄진 그녀의 작품은 마치 한편의 

거대한 환경조각같다는 느낌까지 준다. 이번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 파크의 국제 지명설계 공모에서 당선

되면서 한국에도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그녀는 렘 쿨하스와 렌조 피아노, 노먼 포스터 등과 함께 

현존하는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건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도

받았다. 난해한 설계, 무엇보다 실험적인 건축 이론을 실제화 하는데 뛰어난 

그녀의 작업이 동대문이란 역사적 배치와 위상과 맞아 떨어지는지는

사실 역사란 관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기에, 해석을 유보한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촘촘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경합의 장이기에

마냥 역사성을 살린다고 과거형태의 건물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만이 최고의 미덕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역사의 유기적인 구성을 표현하는 선들의 미학은 앞으로 우리가 

껴안아야 할 미래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할 것이다. 되짚어보면 오세훈 시장이 지은 모든 건물들이 그렇다.

혈세 둥둥섬이 되어버린, 세빛둥둥섬도 건축물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건축 과정에서 붉어져나오는 불투명성과 

이로인해 그대로 건물의 행정과 운영에 투영되어온 탁상행정의 문제가 우리들을 아프게 할 뿐이다. 동대문디자인 플라자도

까딱 잘못했다간 세빛둥둥섬과 같은 위치로 전락하게 될 지 모른다. 건축물의 아름다움만을 고려하다가, 실제 내부적

활용도와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생각지 않은 것이다.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문제며, 주변상권과 기존 동대문

과의 조화란 사실 경관상의 문제가 아닌 경제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런 경합하는 가치들을 

조율하고 풀어야 하기에, 모든 공청회는 항상 뜨겁기 마련이다. 그래서 힘들다. 



합정동의 벼레별씨란 작은 카페에서 이뤄진 공청회다. 그래봐야 건축전문가 

선생님 한 분, 인문학적 관점에서 이 사안을 보는 나와, 디자인 전문가인 교수님 한 분이

다다. 편안하게, 지금껏 실패해온 디자인 정책과 현 동대문플라자의 문제를 연결하여 풀어보면 

생각을 나눈다. 지금으로서는 도면상으로만 볼 수 있는 건물내부의 실제 활용을 위한 공간계산의 문제가 

남아있고,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건물을 짓는데만 힘을 들였지, 실제 활용도가 심각하게 떨어지는

문제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건 건축은 한번 지어지면, 헐지 않는 한 영구적으로

한 역사의 지점을 점유하게 되고, 그 곳으로 인간의 생각을 맞추어 들어가야 한다.



패션박물관을 이곳 내부에 짓겠다는 말들은 예전부터 있었다.

문광부를 비롯해 패션의 논리가 요즘 한국사회를 새롭게 부흥시키는

코드로 변모하고 있는 것,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내 자신에게 기쁘다.

단 패션 박물관도 하나같이 은퇴앞둔 유력 대학교수들, 여기에서 유력이라 함은 공무원들

과의 관계가 끈끈한 자들을 말한다. 이런 이들이 퇴임 후 관장 자리나 노리며, 하나같이 자신들이 

제자들이나 심으려는 작태들을 보여줄까 (현재로 이런 부분들이 조금씩 드러날까 두렵다) 이런 문제로 

나는 항상 속이 썩는다. 소프트웨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보여줄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진정 헌신적으로 운용할 이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공무의 것은 그저 자신의 이력서 

한 줄을 올리는 데 사용하려는 도덕적 헤이로 무장한 이들이 많다는 거다.



동대문은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예전의 기민한 생산 시스템으로 빠른

속도감을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물론 최근에 등장한 SPA 업태나 과도한 쇼핑몰의

창생은 이런 문제에 일조를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이 문제라고 몰아 세울 수 없다. 패션은

결국 옷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종의 연쇄적 흐름을 관리하면서 살아남아왔다. 장점은 반드시 다시 살려내고 제약요소

는 줄이면서 공생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공동 브랜드를 만들자는 말도 있는데, 난 사실 뭘 하든 일단

도전을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일본 시부야에서 성공한 동대문브랜드를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기에 

많은 이야기가 오가며, 이 땅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디자인프로젝트의 실패사례들을 담는다.

그만큼 이 땅에서 디자인 작업이 수월하지 않고, 의미망을 묶어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모든 진보는 역경을 넘어가며 이뤄지는 것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