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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건설 특강 후기-기업을 위한 인문학의 조건은 무엇인가

패션 큐레이터 2012. 6. 16. 22:40

 

 

인문학이 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금요일 오전, GS 남촌리더십센터에 갔습니다. GS 건설 연수과정의 디자인 전문가 과정을 위한 특강을 위해서였습니다. 주제는 엉뚱하게도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 세계와 하우스였습니다. 최근 각 기업에 돌풍처럼 불어닥친 인문학 바람은 업종에 상관없이 기업 내의 자원을 인문학적 정신과 새로운 관점으로 무장시키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저는 부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외부 강의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다기 보단, 저 또한 기업을 하는 사람으로써 기업내 인적 자원들의 인문학적 재충전과 틀 만들기라는 입장에 찬성해서겠죠. 기업의 요구에 맞추어 인문학적 요소들을 지나치게 가감하지만 않는다면 저는 찬성입니다. 일부의 인문학자들은 이런 바람에 대해 비판을 보냅니다. 비판의 내용을 모르지는 않습니다만, 그들의 견해에 찬성하지도 않습니다. 기업은 인문학을 가르치는 아카데미가 아닙니다. 특히 건설의 경우 무엇보다 유행과 패션이란 논리는 설계에서 시공까지 줄기차게 따라다닐 것입니다. 내부 인테리어에서 외곽의 파사드를 만드는 것, 새롭게 창조된 공간 속에 거주하는 인간의 삶과 라이프 스타일을 패션의 논리로 재구성하는 것은 이래서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특강 주제는 알렉산더 맥퀸이었습니다. 최근 <알렉산더 매퀸-이 시대의 천재>란 책에 해제를 한 탓이었겠죠. 처음엔 바로크 시대의 가구와 인테리어의 기호학에 대해 강의를 해볼까 했었는데, 이건 차기로 미루고 맥퀸 강의를 했습니다. 옷을 만드는 일과 한 채의 집을 짓는 일은 어떻게 만나게 될까요? 결국 두 가지 모두 인간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알렉산더 맥퀸은 지금껏 존재한 어느 디자이너보다 장인의식과 시대의 불편함에 질문을 던졌던 디자이너였습니다. 영국 수트의 본산지이자, 남성복의 오트 쿠튀르라 불리는 세빌로에서 수트와 군복의 원형을 배웠습니다. 그 배움은 단순히 학위를 위한 공부가 아니었죠. 그에게 한벌의 옷을 만드는 일, 재단하고 인간의 몸에 맞추는 일은 일종의 본능의 수준이 되기까지 지속됩니다. 연습에 연습을 터득해 본능의 수준이 되면 그가 쥐는 가위와 침선은 단순한 제조 도구가 아닌,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창조의 도구가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도구에 생각의 힘이 더해졌다는 점이겠지요. 그는 어머니 조이스의 영향으로 자신의 혈통이 된 역사와 계보에 눈을 떴고 깊은 역사적 맥락들을 옷에 결합할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됩니다. 최근 들어 한옥의 바람이 불고 한옥과 양옥의 하이브리드 건축물이 일종의 모듈체계를 갖추고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각 영역의 장점을 결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것이 단순하게 일대일의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가 되기 위해선, 건축의 양식이 지나온 궤적들과, 그 속에서 각 영역의 독특함이 만나 '인간을 위한 보편성'으로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맥퀸은 이런 관점을 갖고 옷을 만들었습니다. 제 강의는 단순히 한명의 디자이너의 작품을 나열하고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서구와 동양 모두 갖고 있는 장인의식의 본질, 그것이 창의력과 만날 때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그 창의력을 일상의 수준에서 불로 태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이야기하고 나눕니다.


 

 세상이 콜라보레이션을 외칩니다만, 그저 일더하기 일이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아야 최적의 콜라보레이션이 나옵니

 다. 제가 기업전략을 공부하면서 결국 요소간의 긴밀한 결합이 타 조직으로부터의 모방불가능력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된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패션은 단순히 한 벌의 옷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기업과 소비자 간의 대화적 관계를 만들고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구현할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