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의 세계-구두 디자이너는 무엇으로 사는가

패션 큐레이터 2012. 7. 11. 22:11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가 인기다. 구두 디자이너 황지안의 드라마 속 세계는

최고등급의 디자이너 답게 수많은 구두들에 뭍혀서 일일이 작품이라 불리는 것들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단 실제 직무적인 부분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하나같이

임신한 아이를 둘러싼 로맨스만 가득해서 자칫 아쉽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런 드라마

를 통해 패션계의 한 세계를 그대로 선연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길 바랬기에.



구두 디자이너 이겸비. 한 업종에서 일만 시간을 채우면 꿈의 얼개를 

그릴 수 있다는 법칙이 있다. 그녀의 이력은 이 일만 시간을 훨씬 뛰어넘는다.

올해로 18년, 구두에만 매달려 온지도 꽤 긴 시간을 자랑한다. 겸비란 브랜드 디자이너 

이름으로 지금껏 그녀는 구두를 통해 세상과 통어해왔다. 하이힐의 역사를 이곳에서 주저리 정리하고

싶진 않다. 누가 뭐래도, 아무리 발에 대한 압력과 이로 인한 발의 불편함을 보류하며 자신의 

미적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하이힐을 추구하는 여인들은 거리에 가득하다. 그래서

마법이다. 그녀의 구두는 꿈과 열정, 해부학적 정교함과 뛰어난 기술력이

함께 어우러진다. 두 가지 상이한 세계를 여인의 발을 통해 

표현하는 그녀는 그렇게 매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구두 디자이너 이겸비를 알게 된 건, 내가 블로거에서 패션 큐레이터로서

조금씩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때 바로 2009년 경기도 미술관에서 열린 

<착하게 입자> 전시회를 통해서였다. 그때 코르크 마게를 이용해 힐을 만들거나, 혹은 

신라면 봉투를 이용해 부츠를 만든 그녀의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간략한 리뷰를 쓰면서 

이름만 외워두었다가,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고, 그렇게 그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거나 그녀가 예전

디자이너로 발돋움을 시작했던 디자이너 이신우 선생님과 알게 되면서 함께 만나고 이야기하며

교분을 쌓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오리지널 리(이신우) 선생님 덕분에 많은 참신한 탤런트

들을 만난다. 다음에 소개할 이는 수제 가방을 디자인하는 스토리색의 대표이자

루이 까또즈의 아트 디렉터인 조명희 실장님이다. 이분의 작업도 볼만하다



그녀를 닮은 자화상이 걸려있는 스튜디오 한편, 구두를 만들기 위한 형틀이 놓여있는

널브러진 책상 위로 그녀가 최근에 만든 구두 하나하나 가져다 사진을 찍어봤다. 영화 <댄싱퀸>

에서 엄정화가 신었던 구두를 기억하는가? 이외에도 다양한 영화 속 구두를 선보였던 그녀는 이쪽 세계에서

 많은 기성 디자이너들의 러브콜을 앞다투어 받는 선수 중의 하나다. 2006년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디자인 큐브 전에서 

보았던 그녀의 작품, 일명 슈홀릭 테이블 웨어라 불리는 작품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식탁위에 놓여지는 모든 

식기들의 손잡이 부분을 구두의 힐을 이용해 작가가 새롭게 구워내서 장식했다. 이 작품 사진은 올려

놓지 않았지만 내가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에 이건 "구두 디자이너의 작업이 아닌 설치미술

이나 혹은 조형을 전공한 미술작가의 작품일 것'이라고 예단하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 싶다. 그만큼 구두에 담긴 페티시와 환타지를 잘 녹여냈기에.



키티를 좋아하는 그녀는 생각지 않게 키덜트적 성향이 강하다.

지난 7월 <문화공간>지에 글을 쓰면서 그녀의 키덜트 성향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3단 합체 로봇을 이용해 구두의 힐을 만들었다. 구두를 신는 순간 변화의 

도정에 들어선다는 걸 은유적으로 풀어낸걸까? 그냥 그 자체로 즐겁고 유쾌한 작품이다. 



에스모드에서 여성복을 전공했던 디자이너는 

구두작업을 통해 런웨이에서 소화되는 옷과 피트되는 

구두의 세계에 눈을 떳고 본격적으로 이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녀의 작업은 판매용으로 디자인하는 백화점용 구두를 비롯하여 항상 

예술과 일상을 결합하고, 이념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려는 나름의 소신을 갖고 있다.

친환경 브랜드 에코 파티 메아리에서도 그녀는 운동화를 하이힐에 적용

언제든지 신발도 리사이클을 통해 새롭게 신을 수 있다는 생각

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아식스 운동화와 만난 힐.....



위의 작품도 이러한 작품경향의 선상에 서 있다.



또한 그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하이힐을 비롯한 구두 전 영역의 디자인에

접목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SADI와 에스모드에서 학생들에게 구두 디자인을 가르치며

그녀는 한국 고유의 미투리를 힐에 적용하거나 한국적 요소가 드러나는 선을 구두에 결합시키기

위해 오늘도 종횡무진 다양한 가구의 선, 전통 제화들의 실루엣을 연구한다. 나 또한 뮤지엄 고어지만 

그녀를 알아갈 수록 이렇게 전시장을 열심히 다니며 영감을 찾고, 그것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디자이너는

처음이다. 그녀와의 세 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끝났다. 그래도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참 좋다. 

나는 경력부터 나열하는 사람보다, 나이와 연배부터 물어보는 이들 보다, 그저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경계선에서 지금껏 지나온 길과 앞으로 길의 무게를

껴안고 나가는 사람을 좋아한다. 결국 이런 이들은 오랜동안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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