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격주 화요일 저녁 7시엔 기독교 방송국 CBS로
향한다. <만사형통>이란 강의형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간다.
그러고 보니 녹화에 임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
하게 된 프로그램이다. 난 미술이나 패션 전문 프로그램에는
자주 등장했지만 CBS와 프로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패션 강의를 한 것이
계기라면 계기인데, 이렇게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승낙하지 않았을 프로그램인지도 모르겠다. 행여나 종교색이
짙은 방송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내가 전문성을 살릴 수 없는 프로그램
이라면 굳이 내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였다.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이 프로는 내게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해주는 시간이다. 복식사와 미학, 스타일링, 미술사란
한정된 영역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김창옥 교수의 강의에 추임새를
넣어주거나, 그가 하지 못했던 틈새의 말을 찾아서 조금 살을 붙여주는게 다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사정을 듣고, 꼭 딱하다는 것 보다는 참 '별의 별 것으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말을 할 수
있는 계기 자체가 그저 감사했다. 내 언어로 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축복이 아닌가 말이다. 정말 만사형통이다.
함께 나와 패널로 진행하는 영어강사 레이나님.
사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고, 녹화 중 짬짬이
쉬는 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 속내도 털어놓으며 이야기 한다.
영어실력 좋은 EBS 인기 강사니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아도, 또 이래저래
살아가는 건 '고민의 연속'일터. 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것은
결국 '삶은 나만 힘든것도 아니다'란 단순한 진실을 얻는것이다.
종교방송 답게 시청자들의 고민, 혹은 강의를 들으러 온
이들의 걱정거리를 헌금함에 담아서 내온다. 이 중에서 몇 개의
사연을 뽑는데 은근히 재미있다. 기억나는 것들 중에는 역시 내가 제대로
조언할 수 있는 내담자를 만나는 일이다. 서울여대에서 특집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의류학과 학생과 만나서 조언을 해주다가 학교 내에서 4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그는 나의 '하찮은 생각이라도 귀담아 듣는다' 라는 것. 그만큼
책임도 크고, 그의 고민을 경청하며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결국 고민은 타자의
지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답이 있음을 들어주는 이와
말하는 이가 함께 공감을 통해 얻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청중들과 이래 저래 이야기도 나누고, 더운 녹화장에서 아이스크림도
나눠먹고, 수다를 떤다. 김창옥 교수는 소통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나는 스타일을
말한다. 그러나 이 두 세계는 결코 우원한 거리에 놓여있는 격절된 섬이 아니다. 그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고, 서로가 왕래하며, 너와 내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발견하는 것
무엇보다 서로의 조언이 타인에게는 더욱 시너지를 내며 힘을 내게 한다는 것.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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