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월리스 <굄돌을 부수는 남자>
1857년작, 캔버스에 유채, 버밍엄 뮤지엄 & 아트 갤러리
세상을 바꾸는 한 장의 그림
한 장의 그림을 보자. 처음에는 이 그림 속 남자가 힘에 부쳐 잠든 것이려니 했다. 이 그림은 1857년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였던 헨리 월리스의 작품이다. 알고보니 남자는 돌을 부수다 노역에 지쳐 죽은 것이었다. 이 그림은 노동운동사의 효시가 된 작품이다. 1834년 영국의 수정노동법이 발효된 이후, 길거리의 극빈자들은 자칭 감화원이란 곳으로 끌려간다.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은 하루 종일 노동을 하다 끝내 죽곤 했다. 이 그림은 화가 월리스 자신도 변화시켰다. 이 그림을 필두로 그는 당시 영국에서 타오른 사회적 리얼리즘에 발을 담구게 되고, 사회참여적 화가로 변신하게 된다.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굄돌, 끼리끼리 문화의 핵이 되다
그림 제목인 굄돌은 '고인돌'의 약칭이다. 고인돌이란 무엇인가? 권력자의 무덤이자 제천의식이 열리는 연단이며 권력의 최정점을 상징하는 처소다. 돌은 권력의 속성을 대변한다. 우리 말 중에도'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라는 말이 있다. 이때 돌이란 조직 내의 위치, 이에 상응하는 권력을 말한다. 어느 조직이나 이런 굄돌이 있다. 조직 내에서 연결핀(Linking Pin)역할을 하거나, 터줏대감을 하기도 한다. 조직의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경합을 벌일 때, 많은 사람들은 이 굄돌을 중심으로 줄 서기를 한다. 건강한 조직일 때, 굄돌은 조직 내 신참, 신규진입자들을 사회화하고(행동방식을 알려주고) 조직 내 인맥을 얻는 든든한 배경도 된다. 단 조직이 건강하지 않을 때, 괸돌은 검사관이 되어 신규 진입자를 배제하거나 조직 내 왕따(Intra-Group Bullying)현상을 양산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너 쟤랑 놀지마, 내 말 잘들어 인사고과 얼마 안남았다'를 일삼는거다. 이게 내가 운영하는 회사 내에서도 발생을 했다. 회계 전문가가 사직서를 내면서 이 문제를 알았다. 조직심리학 전문가인 나 조차도 징후를 읽지 못했다. 개인을 왕따시키는 조직 내 소셜 네트워크를 분석하기란 쉽지 않았다. 굄돌의 은혜를 받은 자들이 공동의, 익명의 범죄자가 되어 징후를 은폐하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을 높일 수록, 조직 내 한정된 자원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클 것이므로. 해결을 위해 컨설턴트 회사를 찾았다. 네트워크 맵을 만들고 관련자 인터뷰를 하는 데만 2주가 걸렸다. 끝내는 잡았다. 학교 별 파벌이었다. 권고사직시켰다. 왜 그림 제목이 <굄돌을 부수는 사람>일까? 노동자의 죽음은 노동자의 현실, 그들을 둘러싼 거대한 권력, 굄돌의 실제에 눈뜨게 한 계기가 된다. 결국 그가 부순 돌은 그냥 돌이 아니라, 그들을 부품처럼 사용하고 이용해먹었던 권력의 돌, 굄돌이다.
파블, 파벌, 그 깨알같은 하찮음에 대하여
나는 지금껏 3천 일의 시간을 블로그에 투자했다. 트래픽을 만들어내는 인기 블로거는 아니지만, 성과를 낸 편에 속한다. 블로거들은 책을 출간하길 원하지만, 책이란게 낸다고 끝나는게 아니다. 지속적인 작업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지 출판업계는 냉정하게 판단한다. 출판업계 전문지인 <기획회의>에서 뽑은 한국의 작가 300인에 이름을 올린 단 두 명의 블로거 중 한명이 나다. 파워블로거를 파블이라 부르고, 이를 달려고 안달인가 보다. 그것이 돈과 출판과 같은 부수적인 영예로 이어지리라고 믿는 것 같다. 파워란 4가지 경로를 통해서 태어난다. 폭력, 전문가적 지식, 금전적 보상, 레퍼런스가 되는 것(역할모델로 생각하고 따르는 이가 많을 수록 힘이 생긴다) 이다.
파워블로거가 힘을 쥐는 과정도 비슷하다. 요리 블로거는 레퍼런스의 힘이 크게 좌우를 하는 것 같다. 초기 요리 블로거가 되려면 역할모델이 필요하고 그와 추종자 사이엔 권력관계가 생긴다. 이런 분도 누군가에게 지식과 경험을 나눠주는 굄돌이 될 것이다. 다음뷰 블로거들 중 파워란 타이틀을 갖곤 있지만, 힘있는 블로거가 될 만한 이가 별로 없다. 그들에게서 희소성과 대체불가능한 가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블로그 초기 황금펜이 10점을 부여할 수 있을 때, 끼리끼리 모임현상, 파벌(Coalition)을 발견하고 다음과 오랜동안 싸웠다. 그래서 1점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코얼리션이 사라지진 않았다. 아예 최근에는 서로 뭉쳐서 신규진입자들을 왕따시키는 일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참 못난 사람들이다. 나는 파워블로거다, 인정투쟁에서 현피까지 포털의 영향력이 죽어가는 요즘, 왜 파블끼리 모여서, 파벌을 만드는가. 순위 유지해서 얻는 돈이 얼마길래. 차라리 나처럼 강의를 해서 시간당 200만원을 벌지. 파워블로거란 뭘까? 파워란 소비자들이 공감을 통해 비전의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파워 블로거는 그 힘을 사회를 향해 써야 한다. 내가 다음뷰 파워블로거들과 말 섞지 않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다. 왠만큼 트래픽 되면, 사람이 좀 줄어도, 얻기 힘든 정보를 생산하고, 타인을 위한 역할모델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블로거로 행사 초대받는게 대단한가? 나는 지금 문광부에서 패션 뮤지엄 만드는데 참여 중이다. 여기라고 괸돌이 없을까? 이들과 싸워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이 힘을 다음 블로그를 통해 조금은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사용하는데 신중하다.
어느 조직이나 소통의 진보를 막는 굄돌이 있다. 이걸 부셔야 할 사람이 블로거 아닌가? 식당가서 거지짓하고, 뭉쳐서 누구를 베스트를 줍네 왕따를 시킵네. 타인이 준 힘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는 이들이 어디서 함부로 파워를 운운하는가?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임을 모르는가? 최근 블로그스피어에 올라오는 사이버 폭력 및 왕따문제, 블로거 간의 대필 및 스토킹문제(물론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 경찰수사 중이다. 상호간 입장차가 존재하고 둘을 둘러싸고 나뉘어 있는 블로거들간의 입장도 첨예한 터라 경찰조사 후 논평할 예정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블로거들과 말섞지 않고 살아오길 잘했다 싶다. 작년 한해를 떠들썩하게 한 네이버의 요리블로거 사건을 떠올려보자. 네이버나 다음 공히, 특정 영역의 블로거들의 알력싸움은 정치판을 연상시킨다. 모 온라인업체 매니저의 발언을 인용한다 "그분 들 게임 속 세계처럼 길드 만들고 서로 쉴드치고 피터치게 싸우시죠" 게임 중독의 실사판인가? 온라인에선 우아한척 하다가 '현피 뜰 기세'로 싸움질 하는 다중인격자들에게 실소를 금치 못한다. 아이디 개수만큼 인격을 가진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마샤 스튜어트류의 셀러브러티에 대한 찬양문화가 만든 잔여물일까? 블로거가 다 나쁘다고 말하는 것도 도단이다. 이들이야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인 것일 뿐. 문제는 매체를 통해 '극단적 나르시스즘'을 토하지 못해 안달하는 소수 파워 블로거의 문제겠지.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안달하고 싸우는 '인정투쟁'이 극에 달한 한국의 네티즌. 작금의 파워블로거들간의 문제는 이런 사회적 내면이 겉으로 드러난 것 뿐이다. 다음, 다음세대에선 보지 못할수도 있다. 다음도 마찬가지.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건 다음뷰의 운영논리가 건강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왜 이렇게 파벌 문제가 자꾸 수면위에 떠오를까? 그건 다음뷰의 선정조건이 글의 내용과 충실도 보다는, 강압된 소통에의 증거를 내놓는데 있기 때문이다. 글 쓰기 보다 타자의 블로그 공간에 가서 인사하고 추천버튼을 누르는게 일종의 생존전략처럼 되어버렸다. 글에 대한 추천이 그 글을 쓴 인간의 전인격에 대한 추천이나 담보가 아니란 걸 모르나? 사안에 동조해서 추천을 누른다손, 그것이 당신이란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동의가 아닌 것 정도는 알았으면 좋겠다. 인정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다. 다음이 툭하면 내뱉는 선정기준이 된다는 알고리즘도 실제 로직을 본 적이 없으니 공신력이 떨어진다. 회사이름이 왜 다음(Daum 多音)인가? 다양한 음색을 내자고, 여러 의견을 드러내자고 다음 아니던가? 기성언론이 조명하지 않는 것을 쓰자고 다음아닌가? 드라마 리뷰만 있는 문화/예술란 차라리 없애라. 방향성의 수정없이는 다음뷰는 역사 속 산물이 될것이다. 하나하나 점글어가는 메타블로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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