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혁신이다란 말을 생각했다
어제 신라호텔 루비홀에 갔습니다. 대림그룹 신규임원들을 위한 특강을 했습니다. 새로 임원이 된 분들과 그 아내분들도 함께 배석한 자리였습니다. 옷에 대한 강의를 한지도 이제 3년이 넘어갑니다. 본업 이외에도 틈틈히 시간을 내어 많은 이들을 만나는 것은 즐겁고도 도전이 되는 일이지요. 한 채의 집을 짓는 일과 한 벌의 옷을 입는 일은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지금껏 제가 몸담아 온 소비재 산업과 더불어 건축과 건설, 전자, 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을 다니며 강의를 해왔습니다. 오늘 강의 전, 다과를 하는데, 기업의 표어가 들리더군요. '기본이 혁신이다'였습니다.
한 벌의 옷을 입는 일과 그들의 일이 그리 다르지 않았다는 걸 배울 때가 제일 기쁩니다. 초고층 건물을 짓는 일은 한국의 건설기술이 최고지만, 정작 그 얼개를 그리는 설계는 외국의 일이고, 조선시대부터 최고의 가죽기술을 자랑하던 한국이지만, 정작 우리의 가죽기술로 ODM 생산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그렇고, 전자산업을 세계를 놀래키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부품의 국산화율은 현저히 낮습니다. 기술축적은 높은데, 장인정신을 구상노동의 정점까지 끌어올리지 못했고 문화적 의미를 체화시켜 우리가 만드는 모든 상품에 '글래머'의 매력을 발산시키지 못한 탓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실제 모습이지요. 한국이란 나라가 갈아 엎어야 할 묵정밭이 이렇게도 넓고 깊다는 걸, 우리는 배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선배가 되어가면서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고, 그들이 앞서 나갔던 이들의 노력으로 인해, 고생을 덜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진보가 아닐까요? 진정한 기본을 만들기 위해 지난한 세월을 견뎌야 하는 진보의 삶 말입니다.
오늘 강의 후 신규임원분들 내외가 각자 사진을 찍고, 만찬에 갔습니다. 기업에서 의사결정권자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많은 고생을 하셨을겁니다. 젊은 나이에 본부장을 거쳐, 지금까지 저도 제 자신의 회사와 일을 해오며 많은 감정의 옷을 입어왔습니다. 각각의 포스트엔 새로운 과업들이 주어졌고, 숙제가 풀린 후의 기쁨도 잠깐 항상 새로운 시장과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팔십이 넘도록 여전히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제 아버지를 생각했고, 내년이면 부장을 달게 될 친구들을 떠올렸습니다. 블로그로 만한 대기업의 임원이 한 분 계십니다. 그분은 인사발표가 날 때마다 자신의 소회를 적어 제게 메일로 보내시곤 했지요. 조직에 몸담고 있는 한 어느 포스트에 있건 자유로운 이는 없습니다. 그들만의 싸움방식을 배워야 하고,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을 배워야 하고, 주변의 손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나에겐.......혁신이 될 기본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사실 그들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이 더 많습니다. 그런 강의를 한 날은 몸과 영혼이 더욱 소롯해집니다. 늦기 전에 글을 쓰고, 늦기 전에 더 많이 전하고, 소통하고 나눌 것입니다. 무엇보다 더 늦기 전에 생일이 다가오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을 고백해야겠습니다. 매년 삶에 첫단추를 끼우는 마음으로요. 오늘 제가 유독 감상적이 되는 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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