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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육대학교 특강 후기-현실과 이상의 벽을 넘는다는 것

패션 큐레이터 2012. 1. 13. 12:58

 

 

교육에 관한......

 

지금껏 많은 특강을 다녔지만, 항상 교사들 앞에서 특강을 할 때는 더욱 최선을 다한다. 교사 한명의 마인드가 변하면 그/그녀가 맡은 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다. 결국 교사는 나에게 있어 교실이란 소우주를 운전하는 네비게이터다. 이번 특강에 열을 쏟았던 것도 그런 이유다. 단순하게 복식사와 미학을 이야기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에게 옷을 통해 어떤 것을 가르치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교육만큼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화두도 없다. 자칭 교육 블로거란 자들은 외국교육의 예를 들어가며 한국교육의 시스템을 공격한다. 또 한편에서는 현실을 모르고 이상적인 시스템의 메스를 들이댄다고 항변한다. 물론 그들의 글은 연일 다음 메인뉴스에 뜬다. 솔직히 모르겠다. 며칠 전 만났던 친구들은 부장월급을 받아서 아이들에게 대리 월급이 들어간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다. 또 한편에선 과외를 다 버리라고 말하는 섬마을 출신 소녀가 사례로 등장한다. 독일 시스템이 좋다고 하고, 핀란드가 대세라고 하고, 왈가왈부하는 말의 상찬 속엔 사실 정작 토대로 삼아야 할 철학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 블로거들도 결국 같잖은 다음포털에서 주는 상의 여부를 둘러싸고 서로 질시하는 것 같아 보여 역겹다. 한쪽에선 학교폭력과 왕따문제로 사회전체가 어지럽고, 교사 일인에게 너무 지나친 책임을 지우는 부모들도 한심해 보이긴 마찬가지다. 16-7살 아이들을 담임이 맡아서 캐어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남짓, 그렇다면 그들과 지금껏 조우하고 길러온 부모들은 자신들의 내재적인 잘못에 대해선 '일언반구' 없고 교사만 다 잡아족치면 된다는 건지. 이 땅의 교육은 바로 지금, 등산복 브랜드 노스 페이스를 통해 갈리는 학생들 사이의 계층만큼이나, 산으로 가고 있다. 방향성은 일찌감치 찾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여기에서 포기할 것인가.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글을 쓰다보니 울컥하는 마음만 더 커진다. 옷 한벌 잘 입혀보자고 수다나 떨자고 간 것이, 왠지 모를 서글픔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희망'이라는 쪽에 베팅을 거는 나로선, 작은 외침들을 계속 쏟아내 볼 것이다. 노스페이스 현상이 새롭다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 또한 더플코트가 교복인줄 알았던 세대 아니었나?) 교복 스커트를 짧게 입고 다닌다고 야단 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이번 강의에서 말해보려 했던 것들은 그다지 새로운 것들도 아니다. 지금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우리 안에, 우리가 양육해야 할 '아이들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것 뿐이다. 우리는 의외로 새로운 유행이 오면, 과거의 유행을 잊듯, 지나온 날들의 옷차림에 대해 망각하는 성격이 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란 말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인간들에게, 나는 항상 그들을 옹호해왔다. 우리가 흔히 '우리 때는 안그랬는데'란 말을 내뱉을 때는,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신의 자존감과 형상을 과거의 시간으로 소급하기 때문에, 과거 속 나에게 투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결국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란 말은 현재의 당신이 꽤 멋진 사회의 성원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그러니 함부로 과거를 윤색하지 말고 현재 당신의 망막에 비친 아이들을 그 기준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말이다.

 

나는 항상 인간이 부릴 수 있는 기존의 형식 내부에서의 '작은 변주의 힘'을 믿는 편이다. 오히려 이것이 패션의 논리이기도 하고 말이다. 문제는 그 작은 변주의 여백마처, 통일화 하려는 시도일거다. 이것은 일사불란이 아닌, 거대한 폭력일 뿐이다. 광주교육대학교에서 국제문화예술센터를 건립한단다. 다음에는 그곳에서 광주의 교사분들과 도민 분들을 함께 만날 것 같다. 옷을 통해 세상을 푸는 일은 지난하지만, 만남이 있어 그래도 힘을 낸다. 푸념을 늘어놓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전환기의 계절' 한 끝자락을 통과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믿어본다.